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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김용남 이어 이병태까지…이재명표 ‘통합 인사’ 수난사

중앙일보

2026.07.06 22:11 2026.07.0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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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15일 청와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15일 청와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의 대통령’은 통합과 실용이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압축한 단어다. 이 철학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임명, 허은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 임명 등 취임 이후 단행한 인사(人事)에 적잖이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3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인사 기조에 관해 “시멘트·자갈·모래·물, 이런 걸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 그런데 시멘트만 잔뜩 모으면 그냥 시멘트 덩어리가 되고, 모래만 잔뜩 모이면 모래더미가 될 뿐”이라며 “차이는 불편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선의와는 무관하게 그가 탕평을 위해 발탁한 보수 진영의 인사들 중 상당수는 논란 끝에 공직을 반납해야 했다.

이병태 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은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논란에 관해 “5·18이 성역이 됐다”(지난 3일 페이스북)는 글을 썼다가 지난 6일 사실상 경질됐다. 보수 성향 경제학자인 그는 지난해 대선 기간 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의 경제 책사였다. 그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기본권의 부정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추구했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대통령이 사퇴를 권고한 지 2시간 만에 임기 2년의 부위원장직을 내려놨다. 그러고는 “자유와 방종의 경계마저 권력과 집단이 자의적으로 정의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의 시작”이라는 사퇴의 변(變)을 남겼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1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1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역시 보수 성향 경제학자 출신인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지명한 것은 파격 그 자체였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서울 중-성동을)을 맡고 있던 제1야당의 현직 정치인인 데다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경제 정책은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도 반대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지명 이후 보좌진 상대 갑질부터 아들 부동산 부정 청약까지 숱한 의혹이 쏟아졌지만, 당시 여권 고위 인사는 “보수여서 시킨 건데 진보의 잣대로 자를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논란이 확대되자 이 대통령은 지명 한 달 만인 지난 1월 25일 지명을 철회했다.

이 대통령의 탕평 철학은 선거 때 공천으로도 이어졌지만, 진영 내 반발 속에 좌절되기도 했다. 유시민 작가는 더불어민주당이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새누리당 출신 김용남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을 때 “원래 민주당 사람인 조국(전 조국혁신당 대표)이 민주당 후보와 싸우고 있고, 민주당 후보는 저쪽 당에서 온 사람”이라며 “조 후보가 당선되는 게 낫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선거기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유의동 후보보다는 민주당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의 조국 후보와 자주 부딪혔고, 결국 흑색선전 공방 끝에 유 후보에 밀려 2위로 낙선했다. 유 작가는 지난달 26일 친여(親與) 유튜버 김어준씨 방송에서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 전략에 관해 “재건축이 아니라 증축을 해야 한다”고, 김씨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방송에서 “코어 지지층이 무너지면 성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일 평택시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일 평택시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 인사들끼리 충돌하는 일도 있었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지난 5월 20일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실의 한 행정관이 통합위의 자료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자신에게 “향후 국정 운영 및 대통령 보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엄중히 고지한다”는 e메일을 보내자 “40년이 넘는 공직 생활 동안 이와 같은 무례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없다”며 “청와대가 자만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9월 8일까지다.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은 동국대 교수 시절인 지난해 3월 자신의 저서에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글을 쓴 게 알려지며 임명 사실이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자진 사퇴했고, 그 자리를 허은아 전 의원이 이어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이재명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여권 관계자는 “집권 2년 차는 본격적으로 속도감·체감 있는 성과가 중요한 시기”라며 “이런 시기에 정책 기조에서 엇박자를 내거나 여러 가지 논란이 따라붙는 통합 인사는 국정 동력을 약화할 수 있는 만큼 추가 발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에서는 7일 “실용을 말하며 영입하고, 진영이 불편해하자 내치는 정치. 이것이 이재명 정부가 말한 통합의 민낯”(함인경 대변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준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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