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에 비협조적이었던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충성심”이라며 불만을 표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대폭 늘어난 방위비를 활용한 대규모 미국산 무기 판매를 예고했다. 여기엔 7년전 국가안보를 이유로 금지했던 튀르키예에 대한 F-35 전투기 판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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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심’ 강조한 트럼프…카타르 ‘선물’ 전용기 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이동에는 지난해 5월 카타르가 선물한 4억 달러(6100억원)짜리 초호화 보잉 747기가 처음으로 투입됐다. 4억 달러를 추가로 들여 개조한 새 ‘에어포스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를 위한 출국한 뒤 자신의 SNS에 새 전용기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항공기는 지난해 5월 카타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4억 달러 상당의 초호화 여객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전용기를 타고 해외 순방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SNS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강조한 말은 ‘충성심’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란전쟁에 소극적이었던 나토 동맹국들을 비난하며 “나는 단지 그들의 충성심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의 만류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는 나토 동맹국에 매우 충성스럽고, 늘 그들을 위해 싸운다”고 했다. 충성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 유럽 안보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고 위협한 말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이 안보 분야에서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국방비 증액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결국 동맹국들은 지난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쓰기로 결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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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심 ‘첫 과제’는 미국산 무기 구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충성심은 일단 미국산 무기의 대량 구매 약속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매슈 휘터커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5일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헤이그에서 약속한 유럽의 국방 공약에 대한 진척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의 기간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판매 계약이 있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압박으로 증액한 동맹국의 국방비를 활용한 미국산 무기 판매 전략을 시사한 말이다.
지난달 24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준비해온 도표를 펼쳐놓고 국방비 증액을 비롯한 약속 이행 상황을 직접 브리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결국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억지와 방어에 필요한 핵심 장비를 제공할 수백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계약을 발표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할 뜻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무기 구매를 넘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뤼터 총장을 옆에 세워둔 채 “(나토에) 실망했다”며 이탈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을 언급했다. 대부분 이란전쟁 중 직접적 비판을 가했던 국가들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한 방위비 분담이 아닌 충성을 요구하면서 나토가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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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국’ 튀르키예 주목…F-35 판매 재개?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튀르키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튀르키예는 ‘나토의 문제아’였지만 러시아의 위협이 높아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에 냉담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관계가 틀어진 다른 회원국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갈등의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회의가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었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에르도안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NYT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튀르키예가 F-35 스텔스 전투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조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7년전 국가안보를 이유로 스스로 부과했던 조치를 뒤집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튀르키예가 러시아의 대공 방어 시스템 S-400을 도입하자 튀르키예를 F-35 프로그램에서 제외했다. 튀르키예가 F-35를 보유할 경우 러시아가 튀르키예 방공망을 통해 미국의 스텔스 시스템을 막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현지시간 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에서 열린 아타롯 문화유산 센터 기공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악시오스는 튀르키예에 대한 F-35 판매를 재개할 거란 관측이 나오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튀르키예에 무기체계를 팔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는 중동 패권을 놓고 이스라엘과 적대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판매 재개)상황은 이미 정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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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융단폭격’에도…“우크라전 종식 가까워”
러시아의 방공 체계를 도입하는 등 친(親)러시아 행보를 지속해온 튀르키예에 대한 파격 선물이 예고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트럼프 계좌’ 출범식에서 “사람들의 생각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훨씬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알래스카에서 만나 나란히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전쟁을)당장 끝내고 싶어하니 진행되는 협상을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두 정상과 연쇄 전화회담을 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이 예정돼 있고, 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과 재차 통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폭격으로 최소 23명이 사망하고, 키이우에서만 어린이 7명을 포함해 56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미사일 68발과 공격용 드론 351대를 동원했다. 미사일 37발과 드론 326대는 격추됐지만, 탄도미사일은 키이우에 그대로 떨어졌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지원이 축소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방공망 부족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8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회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