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 가천대 교수)의 무더기 징계 심의를 앞두고 해당행위자에 대한 징계를 원하는 강성 지지층과 당내 통합을 요구하는 의원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10일 선출된 이후 줄곧 “특정 계파와 인물의 방패가 되지 않겠다”며 당내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앙숙 관계인 장동혁 대표와 친한동훈계 사이에서 사실상 ‘등거리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윤리위가 지난 1일 친한계 등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내비치자 “의원에 대한 징계는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고, 6∙3 지방선거 결과를 호평한 당 보고서엔 “당이 대표 사당이냐”고 일갈했다. 장 대표의 ‘전면 재선거’ 주장에도 동조하지 않았다. 반대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선 “심사숙고할 문제”라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또한 주류 출신이지만 친한계와 접촉면을 넓히며 통합 행보를 하면서도 친한계의 ‘장동혁 축출’ 주장엔 맞장구치지 않았다. 이러한 정 원내대표의 스탠스에 당내에선 “무난한 출발”(재선 의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장 대표가 본격적으로 ‘징계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 원내대표가 받는 정치적 압력도 커지고 있다. 장 대표가 지난 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해당행위는 영구 제명하고 복당을 금지해야 한다”고 불을 지피는 등 징계 절차 공식 착수가 임박한 까닭이다. 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가 장 대표와 각을 세울 때마다 ‘문자 폭탄’이 쏟아졌던 터라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 지역 의원은 “장 대표 비토론이 조금 잠잠해진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가 심각하게 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속세 개편의 경제적 효과’ 토론회에서 이석하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고 정 원내대표가 중징계에 마냥 동조하기도 어렵다. 친한계를 중심으로 중징계가 내려지면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고 극심한 당내 갈등을 불러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친한계는 “장 대표가 오히려 해당행위자”란 주장도 펴고 있다. 박정훈 의원은 7일 CBS 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한 의원이 쓰지도 않은 당원 게시판 글로 제명을 하는 등 장 대표를 영구 제명하고 복당 시켜주면 안 될 징계 사유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으로 박덕흠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뽑혔는데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박 의원이 아닌 자신을 뽑아달라고 요청한 의혹으로 징계 대상자로 거론되는 조경태 의원도 반발하고 있다. 조 의원은 “장 대표의 윤리위 제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의 공천을 3번이나 받는 혜택을 누렸으면서 내부 총질만 일삼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 순리”라고 조 의원을 직격했다.
이렇듯 양측 사이에 낀 정 원내대표를 두고 당내에선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적으로 한 쪽 편을 들게 돼 당내 갈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 정 원내대표가 딜레마에 빠진 모양”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 보니 정 원내대표가 결국 ‘통합과 징계의 교집합’을 찾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징계 개시 여부, 대상자, 징계 수위 등에 당원·의원·국민이 수긍할 수 있다면 통합에 반대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조경태 의원 사례 등에 대해선 강력한 진상조사와 징계가 필요하다”면서도 “한동훈 의원 선거 지원은 뚜렷한 언행이 없으면 중징계가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고 부연했다. 중진 의원은 “한 의원과 북갑에서 단순히 치킨만 먹은 친한계와 실제 선거 국면에서 적극 유세를 지원한 의원은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