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HIV 감염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혈액 검사를 하는 어린이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AFP=연합뉴스
파키스탄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어린이 78명이 한꺼번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면서 주사기 재사용 의혹이 불거졌다.
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남동부 신드주에 있는 쿨숨바이발리카 병원에서 최소 78명의 어린이가 HIV에 감염됐다고 사이드 가니 노동장관이 밝혔다.
가니 장관은 감염 원인 등을 조사한 뒤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주 정부의 이런 입장은 지난해 11월 첫 감염 사례가 발생한 이후 피해 어린이 가족들이 몇 달씩 문제 해결을 요구한 끝에 나온 것이다.
당시 가족들은 주 정부에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자 신드주 고등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고법은 지난 2일 “해당 병원이 안전한 의료 치료를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다”면서 주 정부에 HIV 감염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2주 안에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탄원서를 낸 타리크 만수르는 법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주 정부는 우리에게 아무런 희망도 주지 않았다”며 “병원에서 오염된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아이들이 HIV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피해 어린이 부모들은 지난 5일 신드주 카라치 프레스클럽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병원에서 200명이 넘는 어린이가 HIV에 걸렸으며, 이 중 최소 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병원 관계자에 대한 조치와 감염 아동들에 대한 평생 치료를 요구했다.
신드주에서는 HIV 감염 어린이가 급증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감염 어린이는 2024년 10명에서 2025년 70명으로 늘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신드주에 등록된 894건의 HIV 감염 사례 가운데 329건이 어린이에게서 발생했다.
파키스탄의료협회(PMA)는 신드주 어린이들의 HIV 감염 증가는 당국의 감염 통제 및 규제에 대한 중대한 실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무허가 병원의 주사기 재사용을 비롯한 안전하지 않은 관행이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보고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