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급락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95.02포인트(p)(4.91%) 하락한 7656.31, 코스닥은 15.84포인트(p)(1.87%) 하락한 831.23로 장을 마쳤다. 뉴스1
삼성전자가 7일 역대급 실적을 내놓고도 증시에서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7400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6.92% 떨어진 29만6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10% 넘게 급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SK하이닉스도 장중 10% 넘게 급락했다가 6.06% 하락한 220만1000원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4.91% 내린 7656.31에 장을 마쳤다. 투매가 쏟아지면서 이날에만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일시효력정지)와 20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됐다. .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810.3% 증가한 수치로, 시장 컨센서스인 85조5000억원을 웃도는 ‘깜짝 실적’이었다.
시장에선 이날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분기 실적 발표가 오히려 시장의 ‘재료 소진’으로 인식되며 국내 증시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급 실적 발표를 차익실현 기회로 활용하며 '셀온'(Sell On·호재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 양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적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이미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였다. 최근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성과급 보상 비용을 반영하고도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등 실적 발표에서 더욱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의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정점론’도 불거졌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변화율의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메모리 업황이 하락 국면에 접어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성장폭이 점점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익 전망치가 올라가는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 키움증권 집계에 따르면 지난 4~5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73%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이번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간 삼성전자의 이익 추정치는 6~7% 상향되는 데 그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변동성을 겪는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이익 모멘텀의 연속성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코스피가 급락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95.02포인트(p)(4.91%) 하락한 7656.31, 코스닥은 15.84포인트(p)(1.87%) 하락한 831.23로 장을 마쳤다. 뉴스1
외국인 반도체주 '팔자'도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 비중은 6일 기준 46.69%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던 지난 2009년 7월 23일(46.67%)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율은 지난해 말 52.33%에 달했다. 전날 기준 외국인의 SK하이닉스 보유율은 50.17%로, 2023년 5월 19일(50.10%)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9298억원, 기관은 309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순매도) 반면 개인은 3조1343억원 순매수에 나서며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받아냈다.
이날 코스피 급락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12∼13%가량 급락하면서 14종 중 13종이 상장가인 2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수급 환경의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날 삼성전자의 하락세 역시 ETF 리밸런싱 과정에서 나온 강제 매매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며 특정 종목으로의 수급 쏠림 등 시장 왜곡이 심화되는 상황”이라며 “가계 금융자산이 특정 자산군에 지나치게 편중되거나 감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오징어 게임이 될 위험에 처했다”며 한국 증시의 변동성과 외국인 이탈을 지적했다. WSJ은 “인구 5100만명의 한국에서 개인이 얼마나 더 베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파티가 끝나면 손실은 대부분 현지 개인 투자자에게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최근 1년간 코스피가 하루 2% 이상 출렁인 날을 77번으로 집계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은 5번에 그쳤다. 코스피가 3% 넘게 출렁인 날은 44번, 5% 이상 움직인 날도 23번이었다.
다만 이날 급락은 과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지영 연구원은 “장중 코스피 7400 기준으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6.4배까지 내려가면서 금융위기(6.27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그만큼 비이성적이고 과도한 낙폭”이라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극심한 저평가 영역이라는 점에서 상승 여력은 크고,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