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이 7일 국회에서 조정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최를 요청하기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한 입법 논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원 구성 협상 지연으로 상임위에서 법안에 대한 숙의가 이뤄지지 어려운 만큼, 우선 여당 내 TF를 중심으로 법안 세부 내용을 논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근 연일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법안에 대한 입법 속도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 직무대행은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민주당의 확고부동한 원칙이며 당내 이견이 없다. 논의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고,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선 “3대 메가 프로젝트 지원 TF를 당 대표 직무대행 직속 특위로 확대해 입법·예산, 규제 혁신을 총괄하는 전당적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조정식 국회의장에게 9일 본회의 개의도 요청했다. 하지만 조 의장은 국민의힘과의 추가 원 구성 협의를 주문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입장도 완강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과거에 동의한 법안이라 해도 원 구성 협상이 안 된 상태에서 본회의를 열긴 어렵다”고 맞섰고,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원내 2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이날 발의했다. 법사위원장 양보 없이는 원 구성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주원 기자
여야 협상이 삐걱대면서 민주당에선 원 구성 이전에 법안에 대한 실무 논의를 진전시킬 우회 수단으로 당내 TF를 주목하고 있다. 곧 특위로 격상될 메가프로젝트TF 외에도 민주당 내부엔 형사소송법TF, 홈플러스 사태해결 TF, 정년연장 TF 등이 활동 중이다. 이중 한 직무대행이 속도전 의지를 드러낸 형사소송법 개정안, 메가프로젝트 관련 법안은 벌써부터 범여권 단독 처리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은 TF를 중심으로 논의한 뒤 범여권이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도 “TF에 법안 심사권과 의결권이 없다지만, 민주당은 거기서 논의한 뒤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지난 2월 ‘3차 상법 개정안’ 처리 때도 당 소속 ‘K 자본시장 특위’를 중심으로 법안 세부내용을 논의한 뒤, 사실상 야당을 패싱하고 법안을 처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월 20일 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법사위 법안1소위 회의에서 “김재섭 의원 안이 있는데도, 민주당 TF안 만을 놓고 논의하는 방식 자체가 법사위의 비민주성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흘 뒤인 2월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에도 법안을 의석수를 앞세워 강행 의결했고, 그로부터 이틀 뒤인 2월 25일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됐다.
TF에서 법안 세부내용이 실질적으로 논의되다보니, TF에서 빠진 의원이 공개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 형사소송법 TF에서 제외된 법사위 소속 김용민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당에서 가장 전문성이 있고, 가장 의지가 높은 저는 그 TF에 참여할 수 없다. 팔다리가 잘려나간 심정”이라고 썼다.
윤왕희 한국학중앙연구원(정치학) 교수는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할 사안을 TF로 추진하고, 다수당이 이를 입법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