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이 6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호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떨리고 긴장된다.”
10년 만의 신작 영화 ‘호프’의 개봉(15일)을 앞두고 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은 “음향 작업하다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외계인과의) 액션 한 장면에 1700개의 사운드 트랙이 들어간다. (개봉할 때까지) 계속 작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프’는 가상의 지역 호포항을 품은 비무장지대(DMZ) 인근 마을에 정체 모를 괴물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호포 출장소의 범석(황정민)과 성애(정호연)가 가공할 괴력의 외계인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려 맞서고, 숲에서는 마을 청년 성기(조인성)와 일행이 외계인의 실체에 다가가다 또 격한 전투를 벌인다. 끝모를 싸움으로 내달리는 영화는 차츰 ‘근데, 왜 싸워야 하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품게 한다.
나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다양한 장르를 응축하는 한국 영화의 전형적인 구조보다는 좀 더 (이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강화하려 했다”며 “목표 삼은 지점에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는데, 이런 방식이 한국 관객에겐 조금 낯설 수 있다”고 말했다.
Q : 왜 하필 외계인인가.
A : “이야기는 내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보편적 감정에서 시작했다. 안타까움 같은. 고민하며 살을 붙여나가다 ‘초자연’을 선택했다. 영화 ‘곡성’처럼 오컬트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보다 상위 존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외계인을 택하게 됐는데, 우주로 가진 않았다. 외계인은 영화 안에서 인간을 규정지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 입장에서도 인간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줬고, 거기서 또 얘기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
Q : 초반 50분을 황정민 혼자 끌고 간다.
A : “도박 같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황정민이 엄청난 퍼포먼스를 해냈다. 그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건 선함이다. 마을을 지키려 뛰어다니는 모습이 선함을 심화시켰다고 본다. 심화된 연기에는 배우 안의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Q : 칸 영화제 공개 버전과 달라진 점은.
A : “목수이자 모든 사건의 원인인 양배(음문석) 캐릭터가 있다. 한 시간 지나서 등장하지만 이 인물이 ‘곡성’의 황정민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임팩트가 있길 바랐다. (칸 버전에선) 이 캐릭터 이야기를 압축했었는데 다시 원래 상태로 돌렸다. 그 대신, 외계인에 관한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구간을 좀 걷어내며 156분을 맞췄다. (외계인) CG는 열어서 다시 작업했다.”
Q : 양배란 인물이 중요한 이유는.
A : “자칫하면 지구를 박살낼 수도 있는 분쟁의 원인인데, 악의를 드러내지 않는 악을 표현한다. 무지일 수도 있다. 악행은 악의와 무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
Q : 전작인 ‘곡성’ ‘황해’도 러닝타임이 156분이다.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A : “몰랐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내 안의 이야기를 만드는 어떤 리듬이 있다.”
Q :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장면을 보면, 꼭 할리우드 배우를 썼어야 했나 싶다.
A : “배우 특유의 얼굴이 필요했다. 할리우드 기준으로는 개런티를 작게 받았고 제작비를 키운 수준은 아니다. 혹시 흥행하면 좀 더 (개런티를) 얹어 주기로 할 정도로 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