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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전화’위복

중앙일보

2026.07.07 08:01 2026.07.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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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전화 외압’ 지원사격도 소용 없었다. 오히려 하나로 똘똘 뭉친 벨기에가 7일(한국시간)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미국을 4-1로 물리쳤다. 경기 직후 승리를 자축하는 벨기에 선수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전화 외압’ 지원사격도 소용 없었다. 오히려 하나로 똘똘 뭉친 벨기에가 7일(한국시간)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미국을 4-1로 물리쳤다. 경기 직후 승리를 자축하는 벨기에 선수들. [AP=연합뉴스]

“이것도 뒤집어봐”

벨기에 축구대표팀 소셜미디어 계정이 7일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의 사진과 함께 올린 도발적 문구다. 루카쿠는 이날 미국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16강전, 미국과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터트리며 스코어를 4-1로 만들었다. 동료들과 둥글게 모여 양손을 흔드는 댄스 세리머니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기간 췄던 춤을 패러디했다. 미국 선수 폴라린 발로건(모나코)의 퇴장 징계를 뒤집은 트럼프와 국제축구연맹(FIFA)을 향한 조롱이었다. 벨기에 계정은 “이것은 사커가 아닌 풋볼”이라는 뼈 있는 한마디도 남겼다.

미국 주축 공격수인 발로건은 32강전에서 퇴장당했다. 그런데도 FIFA 징계위원회는 1경기 출전 정지 집행을 1년간 유예하기로 돌연 결정했고, 발로건은 이번 16강전에 그대로 출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징계 재검토를 요청한 결과였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FIFA의 최종 결정은 나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고, 동시에 “벨기에가 (발로건 없이) 이긴다면 2020년 대선처럼 조작됐다고 말할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얹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징계 철회 과정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주도한 미국 정부 차원의 조직적 대응이 있었다. WSJ는 “월드컵 96년 역사상 가장 대담한 계획 중 하나”라고 평했다.

전례 없는 징계 유예에 전 세계 축구계가 들끓었다. 잉글랜드 대표 출신 웨인 루니는 “인판티노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축구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럽축구연맹은 “FIFA가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출장정지 징계가 풀렸지만 패배 뒤 얼굴을 찌푸린 미국 폴라린 발로건. [로이터=연합뉴스]

출장정지 징계가 풀렸지만 패배 뒤 얼굴을 찌푸린 미국 폴라린 발로건.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레드카드는 뒤집었지만, 경기 결과는 뒤집지 못했다. 미국이 이겼더라도 ‘불공정한 승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을 판이었으나, 결과는 3골 차 완패였다. 발로건은 선발로 90분을 뛰었으나 임팩트는 없었다.

스카이스포츠와 NBC는 오히려 “트럼프와 FIFA의 개입이 벨기에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분석했다. 벨기에는 똘똘 뭉쳐 ‘정의 구현’에 나섰다. 샤를 더케텔라러(아탈란타)가 전반 9분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33분에는 헤딩골로 2-1을 만들었다. 후반 12분에는 미국 골키퍼 맷 프리즈의 치명적 실수를 놓치지 않고 한스 바나켄이 추가골을 보탰다. 종료 직전에는 루카쿠가 쐐기골로 미국을 참교육했다.

선제골을 도운 니콜라 라스킨은 “인생 어딘가에는 늘 정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메시지를 전하려면 반드시 이겨야 했다”고 말했다.

루디 가르시아 벨기에 감독은 전 세계가 등을 돌린 빌런 발로건을 오히려 껴안으며 위로했다. 벨기에는 11일 스페인과 4강 진출을 다툰다.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마지막 남았던 개최국 미국도 짐을 쌌다.

축구팬들은 SNS에 “트럼프가 16강 재경기를 요청하려고 FIFA에 다시 전화하고 있을 것”이라는 등의 멘션으로 미국 대통령을 조롱했다. 미국 축구대표팀 출신 알렉시 랄라스 폭스스포츠 해설위원은 “FIFA의 결정으로 미국이 전 세계와 맞서 싸워야 하는 구도가 됐다. 전 세계의 지지와 호감이 모두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개최해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트럼프의 전화 한 통이 찬물을 끼얹었다. 디애슬레틱은 “트럼프 논란과 미국의 참패가 인판티노의 월드컵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썼다.





박린.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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