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대통령’은 통합과 실용이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압축한 단어다. 이 철학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임명, 허은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 임명 등 취임 이후 단행한 인사(人事)에 적잖이 반영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발탁한 보수 진영 인사 상당수는 논란 끝에 공직을 반납했다.
이병태 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은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논란에 관해 “5·18이 성역이 됐다”(지난 3일 페이스북)는 글을 썼다가 지난 6일 사실상 경질됐다. 보수 성향 경제학자인 그는 지난해 대선 기간 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의 경제 책사였다. 그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기본권의 부정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추구했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사퇴를 권고했고 이 전 부위원장은 2시간 만에 자리를 내놨다. 그러고는 “자유와 방종의 경계마저 권력과 집단이 자의적으로 정의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의 시작”이라는 사퇴의 변(變)을 남겼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지명한 것은 파격 그 자체였다. 이 전 의원은 지명 당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서울 중-성동을)이었고,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경제 정책을 비판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명 이후 보좌진 상대 갑질부터 아들 부동산 부정 청약까지 숱한 의혹이 쏟아졌지만, 당시 여권 고위 인사는 “보수여서 시킨 건데 진보의 잣대로 자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확산되자 이 대통령은 한 달 만에 지명을 철회했다.
이 대통령의 탕평 철학은 공천에도 반영됐지만 좌절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새누리당 출신 김용남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자 유시민 작가는 “원래 민주당 사람인 조국(전 조국혁신당 대표)이 민주당 후보와 싸우고 있고, 민주당 후보는 저쪽 당에서 온 사람”이라며 “조 후보가 당선되는 게 낫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선거 기간 조국 후보와 자주 부딪혔고, 결국 네거티브 공방 끝에 두 사람 모두 낙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여권 관계자는 “집권 2년 차는 체감 성과가 중요한 시기”라며 “정책 기조에 엇박자를 내거나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는 인사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