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가운데, 헤지펀드들이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규모가 2007년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30년 만에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시장에선 다카이치(사진) 내각의 확정 재정 정책이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오후 4시 기준 달러당 162.02엔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 162.84엔까지 상승하며(엔화 가치 하락), 198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외환 당국이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달러-엔 환율은 여전히 162엔선을 넘나들고 있다.
앞으로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전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옵션·선물 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이 엔화 추가 하락에 베팅한 규모가 지난달 30일 기준 약 13만8000계약으로 늘었다. 이는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건 미·일 금리 격차가 좁혀지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여기에 지난달 말 정부가 발표한 ‘호네부토(骨太) 방침’에서 확장정책 기조가 분명히 드러나면서 채권·외환시장에 파장을 더했다. 호네부토는 뼈가 굵은 모양을 뜻하는데, 매년 6월 발표되는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의 별칭으로 쓰인다.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구조개혁을 밀어붙일 당시 ‘경제정책의 뼈대’라는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굳어졌다.
다카이치 내각은 2027 회계연도를 ‘책임 있는 적극재정 원년’으로 삼고, 2040년까지 인공지능(AI) 등 분야에 370조 엔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재정 건전화’라는 문구는 빠졌다. 정부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졌고, 국채 금리는 상승(국채 가격은 하락)했다. 이날 한때 10년물 국채 금리는 2.850%까지 오르며 약 30년 만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호네부토 방침은 엔화 가치 하락세도 부채질했다. ‘BOJ의 적절한 금융정책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는 문구가 담기면서다. 시장에선 정부가 BOJ에 저금리를 유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BOJ의 금융정책이 정부에 좌우되면서 고물가에 제때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1년 뒤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기존 155엔에서 165엔으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