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연쇄살인범 캐묻던 천재 프로파일러…모호해진 그 경계

중앙일보

2026.07.07 08:02 2026.07.07 13:3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에서 천재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조너스 보튼’(박건형·오른쪽)이 연쇄 살인범 용의자 ‘존 조우’(고상호)에게 직접 커피를 내려 주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파커블앤코]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에서 천재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조너스 보튼’(박건형·오른쪽)이 연쇄 살인범 용의자 ‘존 조우’(고상호)에게 직접 커피를 내려 주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파커블앤코]

“누가 누구를 프로파일링하는 걸까요”

어두컴컴한 무대에 단 두 명의 배우만 등장한다. 포승줄에 묶인 채 죄수복을 입은 연쇄살인범 용의자와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프로파일러다. 어느 순간부터 포승줄은 풀려 있다. 극 초반엔 프로파일러가 대화를 주도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 양상이 모호해진다.

지난달 12일 서울 동숭동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개막한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는 7년간 12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용의자와 천재적인 프로파일러의 대면을 그린 2인극이다. 배우 둘의 대사와 침묵, 그리고 심리전이 100분간 이어진다.

극에서 연쇄살인범 용의자 ‘존 조우’와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 교수는 7차례 마주한다. 조너스 보튼은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를 건네고 직접 커피를 내려주며 존 조우의 경계심을 허물려 한다. 존 조우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말 수를 늘린다. 대화가 계속되고 어느새 누가 심문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장면까지 보인다. 그리고 둘은 전혀 다른 관계로 치닫고 극의 긴장감은 올라간다.

제작진은 살인범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대신 주제 의식은 제목과 맞닿아 있다. 조너스 보튼은 외과 의사 ‘댄포스’의 기록을 읽는다. 댄포스는 타고난 살인 욕구를 억제하려 했지만 결국 자신이 살인마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기록을 남긴 뒤 스스로 삶을 접는다. 조너스 보튼은 “사람들은 댄포스의 결정이 옳았다고 했다. 이런 부류의 인간에게 세상이 바라는 건 딱 두 개라고. 자살, 혹은 첫 번째 살인에서 잡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존 조우는 되묻는다. “교수님도 동의하십니까. 그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극 중 언급은 되지만 실제 등장하지 않는 ‘댄포스’가 작품 제목이 된 이유다. 이 작품을 연출한 장진은 “내가 댄포스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관객 스스로가 질문을 품고 답을 찾아가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 작품은 장진이 아주 어린 시절이어서 지금은 누구인지조차 기억도 가물가물한 친구와의 대화가 출발점이 됐다고 한다. “내가 흉악범이 될게. 현상금이 아주 높은. 그다음에 너한테 잡힐게. 그럼 넌 부자가 될 수 있잖아”

‘댄포스가 옳았다’는 ‘꽃의 비밀’, ‘불란서 금고’와 같은 ‘장진표 코미디’ 색채가 물씬한 작품과 결이 다르다. 그럼에도 장진 작품 특유의 장난기 어린 대사가 이따금 등장해 객석의 팽팽한 긴장감을 다소 덜어낸다. 장진은 “극중 분위기와 집중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머를 넣었다”라고 전했다.

초연인 이 작품은 다음 달 30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하남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