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컨벤션센터에서 기념촬영에 앞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크리스 펜크 뉴질랜드 국방장관, 이 대통령, 뤼터 사무총장,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팻 콘로이 호주 방산부 장관.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나토 회원국 정상들을 향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 대한민국의 안정적인 생산 역량과 검증된 기술력이 나토의 오랜 노하우와 합쳐진다면 양측의 안보 역량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라며 한·나토 방위산업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앙카라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 공식 일정인 방위산업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도 공급이 끊기지 않으리라는 확신, 핵심 기술이 반드시 안전하게 지켜지리라는 믿음 없이 진정한 연대와 협력은 존재할 수 없다”며 “한국은 그 신뢰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엔 나토 회원국 정상과 국방장관을 비롯해 방산업계와 금융권 고위 인사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오랫동안 형성된 한·나토 신뢰관계를 특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나토와 한국은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며 엄중한 안보 환경 속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의 가치를 함께 지켜 온 파트너”라며 “이러한 신뢰 위에서 한국의 방위산업은 나토 동맹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높은 기술적 호환성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으로는 첨단기술 공동연구 확대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함께 연구개발하는 과정은 기술의 표준을 일치시키고 혁신의 방향을 공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한국이 참여하는 나토의 탄약, 우주 분야 협력 프로그램처럼 더 많은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단순히 무기체계를 거래하는 현재의 방산 협력을 넘어, 무기체계를 함께 연구·생산·운용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해 나가기를 제안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한·독 정상회담에서 처음 제시했던 구상으로, 당시 메르츠 총리도 공감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전략 비축유를 공동 관리하며 에너지 위기에 함께 대응하듯, 방위산업에서도 이러한 지혜가 발휘되는 방안을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세계 국방비의 55%에 달하는 나토 방산시장 진출의 디딤돌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 수주전 탈락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아 향후 나토 동맹국으로 방산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 역시 이날 출국 전 페이스북을 통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는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우리의 저력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주었다”며 “중요한 것은 멈춰서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도 첫 면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전화로 두어 번 통화했는데 직접 뵈니 너무 반갑다”고 했고, 뤼터 총장은 “한·나토 관계가 계속 강력히 발전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각별히 노력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 뤼터 총장은 한국·일본·뉴질랜드·호주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국(IP4) 외무·국방·방산장관들과 함께 소인수 회담을 했다. 나토는 2022년부터 동맹국 외에 아시아·태평양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IP4를 초청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