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코스피가 전일 대비 395.02포인트 하락한 7656.31로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6.92%와 6.06% 하락했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7일 올해 2분기 잠정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최강자의 입지를 다시 확인했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에 약 1조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7.7%, 56.2% 증가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29.3%, 1810.3% 늘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원)의 약 2배에 달했다. 한 분기 만에 지난해 1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웃돈 셈이다. 시장 전망치(84조1606억원)를 약 6% 상회했다.
이번 영업이익은 특별성과급 충당금 추정치 17조원을 더하면 사실상 100조원을 넘어서며, 2023~2025년 3년 합산 영업이익(82조9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글로벌 테크 기업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엔비디아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약 82조원, 애플은 약 78조원이다. 최근 분기 기준 구글(약 61조원)과 마이크로소프트(약 59조원)의 영업이익을 크게 웃돈다.
박경민 기자
호실적의 배경에는 생성AI 확산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이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범용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었고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가격도 강세를 이어갔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범용 D램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5% 오르며 조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버용 D램과 HBM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삼성전자는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의 수혜를 동시에 누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합산 매출은 2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가 350조원을 돌파하고, 3사의 분기 매출 증가율은 5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올해 2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이 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6.92% 떨어진 29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10% 넘게 급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SK하이닉스도 장중 10% 넘게 급락했다가 6.06% 하락한 220만1000원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4.91% 내린 7656.31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7400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날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일시효력정지)와 20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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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도 못찾은 삼전닉스 레버리지…시장 변동성만 키웠다
시장에선 이날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오히려 시장의 ‘재료 소진’으로 인식되며 국내 증시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급 실적 발표를 차익실현 기회로 활용하며 ‘셀온(Sell On·호재에도 주가가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2분기 호실적이 주가에 선반영된 측면도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등의 실적 발표에서 더욱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의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 추락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12~13%가량 급락하면서 14종 중 13종이 상장가인 2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수급 환경의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날 삼성전자의 하락세 역시 ETF 리밸런싱 과정에서 나온 강제 매매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주요 증시 커뮤니티에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생긴 뒤부터 주식시장이 (급등락으로) 코인판이 된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특정 종목으로의 수급 쏠림 등 시장 왜곡이 심화되는 상황”이라며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장의 관심은 메모리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쏠린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까지는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하반기부터는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빅테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업황이 정점을 찍는 시점(피크아웃)을 둘러싼 고민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정점론’도 불거졌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변화율의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메모리 업황이 하락 국면에 접어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성장 폭이 점점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증권업계는 메모리 업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메모리가 AI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AI 기반 메모리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업체들의 생산 능력 확대 효과가 2028년 이후 본격화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정부 지원을 업고 추격 속도를 높이고, 일본과 미국도 반도체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는 “생산 능력 측면에서는 평택캠퍼스 P5 1·2 공장 건설을 마친 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가동할 수 있는 기반을 신속히 갖춰야 한다”며 “기술적으로는 3차원 D램을 가장 먼저 양산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계속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축인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DX) 부문은 핵심 부품인 메모리 가격 상승 여파로 수익성 둔화 우려도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DX 부문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사업의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TV와 생활가전도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하만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