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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시각각] 카리나의 파란옷 이영지의 빨간옷

중앙일보

2026.07.07 08:18 2026.07.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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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지난  6·3 지방선거 전날 SNS에 올린 사진(왼쪽)과 지난해 대선 직전 사진. 지난해엔 국민의힘 연상시키는 빨간옷 입었다고 사과 소동을 빚었지만 올해는 더불어민주당 연상시키는 파란색이라고 사과하라는 식의 아무 논란 없이 지나갔다. [카리나 SNS 캡처]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지난 6·3 지방선거 전날 SNS에 올린 사진(왼쪽)과 지난해 대선 직전 사진. 지난해엔 국민의힘 연상시키는 빨간옷 입었다고 사과 소동을 빚었지만 올해는 더불어민주당 연상시키는 파란색이라고 사과하라는 식의 아무 논란 없이 지나갔다. [카리나 SNS 캡처]

'디지털 망명 선언' '일베 몰릴라…노이로제 걸린 시민들'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여 더불어민주당이 일방 강행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된 어제(7일) 조간 제목들이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반대파 공격 빌미를 주는 사실상 독재국가식 검열법"이라는 몇몇 커뮤니티의 비판 여론처럼 이 법은 합당한 비판은 물론이요 일상적 의사 표명까지 허위로 낙인 찍어 의견 다른 이들을 입막음할 가능성이 크다. 고의나 허위를 판가름할 법 적용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인 탓이다. 아무나 혐의를 씌우긴 쉽고, 당사자는 털어내기 어려우니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하다.
숫자·색깔·말투 의미부여 과도
기준 없이 아무 데나 혐오 딱지
성역 강요에 일상 숨 막히게 해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배재고 야구부의 광주일고 상대 "스타벅스 가자" 응원 후 6개월 출전 정지 중징계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우리 사회는 정통망법 시행 전부터 다른 이의 의도를 멋대로 재단해 응징하려는 '입틀막' 징후가 농후했다. 옷 색깔, 특정 숫자, 말투…. 주류가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피해자라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친 민주당 진영은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요, 평범한 시민의 일상 하나하나에 '혐오' 딱지를 붙여 의견 다른 이들의 숨통을 조르는 질식 사회를 만들어왔다. 이런 와중에 이번 법 시행이 더해져 청년 등 약자가 풍자할 권리를 누리기는커녕 온 사회가 자기 검열 지옥에 빠진 채 사사건건 권력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잠시 퀴즈 하나.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지난 6·3 지방선거 전날 SNS에 어떤 색 옷 사진을 올렸을까. 아마 많은 이들이 지난해 5월 대선을 떠올리며 (국민의힘 상징인) "빨간색"이라 답했을 거다. 틀렸다. 선명한 (민주당 상징) 파란색이다. 대선 당시 카리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정치적 의도는 없지만 오해 소지 있어 곧바로 삭제했다" 하고, 본인도 "무지했다"며 사과하는 등 파장이 컸다. 1년 뒤, 카리나의 파란 옷은 아무 논란 없이 넘어갔다. 그새 사회가 성숙해진 걸까. 그럴 리가. 래퍼 이영지는 6·3 지방선거 나흘 전인 5월 30일 붉게 염색한 머리에 빨간 옷 입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공격받고는 곧바로 삭제했다. “빨리 염색하고 오느라 해명이 늦어 죄송하다"며 검은색 머리 사진을 올리며 거듭 사과했다. 1년 전 방송인 홍진경이 대선 투표 전날 빨간 옷 입었다고 자필 사과문 써야 했던 데서 한발도 나아가지 않았다. 내 편 네편 나눈 조리돌림도 밥줄 끊길까 무서웠는데, 이젠 뭘 걸고넘어질지 법 걱정까지 할 판이다.
한 유튜브 채널은 드라마 '김부장' 원작자의 다른 웹툰을 다루며 '5분 23초와 락아울 간판'이라고 제목을 뽑아 노무현 전 대통령 혐오라 비판했다. 5월 23일 부엉이바위 서거를 조롱했다는 주장이다. 'ROCK (B)OWLING'에서 ING 생략 후 OWL만 강조한 왜곡처럼 보인다. [유튜브 여의도문래동 캡처]

한 유튜브 채널은 드라마 '김부장' 원작자의 다른 웹툰을 다루며 '5분 23초와 락아울 간판'이라고 제목을 뽑아 노무현 전 대통령 혐오라 비판했다. 5월 23일 부엉이바위 서거를 조롱했다는 주장이다. 'ROCK (B)OWLING'에서 ING 생략 후 OWL만 강조한 왜곡처럼 보인다. [유튜브 여의도문래동 캡처]

'선거 전후 빨간색 옷은 쳐다보지도 말자' 정도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거라 생각한다면 순진한 거다. 좌파 진영 화력이 잘 드러난 최근 "무섭노"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어른 김장하' 감독인 경남 MBC 김현지 PD는 대형 엔터사도, 금수저도 아닌 거제 출신 '노력돌'(노력+아이돌) 리센느의 원이가 한 영상에서 "무섭노"라는 말을 주고받는 걸 놓고 "일베식 표현"이라며 문제 삼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잘못된 행위…'노' 붙여 사용하지 말아야"라며 일베 감별법으로 논란을 키웠다. 자기들한테나 노 전 대통령이 성역이지, 1020은 아무 관심도 없는데 젊은 애들 말투까지 통제하려 든다. 과거 보수 정부 때 쥐·닭 거리며 멸칭 쓰고 낄낄대던 걸 다 잊은 모양이다.

심지어 최근 시청률 20%를 넘긴 화제의 웹툰 원작 드라마 '김부장'을 놓고 한 좌파 유튜브 채널은 원작자의 다른 작품('외모지상주의')까지 끌어와 '락아울'이라는 간판 아래 "5분 23초" 대사가 나오는 게 노 전 대통령 서거일과 서거 장소 부엉이바위를 언급하는 혐오라고 비판했다. 정작 이 유튜브 속 장면을 보면 간판은 '락아울'이 아니라 다른 구조물에 가려져 B가 안 보이는 'ROCK (B)OWLING(락 볼링)'이다. 이야말로 정통망법상 고의적 허위라 볼만한 사례 아닐까.

억지 혐오 딱지 붙이는 이런 세상, 숨 막힌다. 옷이, 말투가, 숫자가 누굴 화나게 하는지 매 순간 고민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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