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카아나팔리 해변. 온 세상이 황금빛 노을로 물드는 시간에 한 커플이 다정하게 껴안은 채 사진을 남기고 있다.
미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2004년)’에서 남자 주인공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주인공을 위해 매일 새로운 첫 키스를 준비한다. 반복되는 아침 장면이 낭만적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영화의 배경이 하와이어서일 테다.
하와이는 ‘로맨틱 여행지’의 대명사다. 단지 많은 커플이 찾아서가 아니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면면히 이어져 온 전통문화가 여느 휴양지에서 볼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서다. 하와이를 대표하는 두 섬 마우이(Maui)와 오아후(O‘ahu)의 고유한 매력을 만나고 왔다.
신화와 대자연이 건네는 위로, 마우이
마우이 오션 센터에서 볼 수 있는 바다거북. 바다거북은 하와이인들이 '호누'(Honu)라 부르며 신성시하는데 전세계 7종의 바다거북 중 5종을 하와이에서 볼 수 있다.
하와이 하면 바다다. 마우이도 마찬가지다. 마우이를 방문한 여행객 대부분이 가까운 해변이나 화산섬 ‘몰로키니(Molokini)’에서 스노클링을 즐긴다.
바다에서 노는 게 부담스러우면 ‘마우이 오션 센터’를 추천한다. 약 1만2000㎡ 규모의 센터에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하는 살아있는 태평양 산호초 전시관이 있다. 상어·가오리 등 해양생물도 구경하는 것 못지않게 센터가 하와이 해양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센터는 폐그물 같은 해양 쓰레기에 상처 입은 바다거북을 구조해 치료한 뒤 바다로 돌려보내는 야생 방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울룰라니 쉐이브 아이스'(왼쪽)는 우리나라 팥빙수와 비슷하다. 코코넛, 망고, 구아바 등 다양한 맛을 고를 수 있고 팥도 추가할 수 있다. '시스케이프' 레스토랑에서는 보기에도 즐겁고 맛도 좋은 로컬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관람을 마치면 센터 안의 ‘울룰라니 쉐이브 아이스’에서 간 얼음에 과일 시럽을 얹은 쉐이브 아이스를 즐기거나, 마알라에아(Maalaea)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 ‘시스케이프’에서 해산물 요리를 맛보는 것도 좋다.
마우이의 밤을 뜨겁게 달구는 건 하와이안 전통 축제 ‘루아우(Lū‘au)’다. 하얏트 리젠시 마우이 해변 무대에서 ‘드럼스 오브 더 퍼시픽 루아우’라는 이름으로 전통 축제를 재현한다.
'루아우'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지면 시작되는 화려한 불춤이다.
태평양이 오렌지빛으로 물들 무렵 축제가 시작한다. 축제를 여는 건 전통 음식이다. 땅을 파서 만든 천연 오븐 ‘이무’에서 익힌 ‘칼루아 피그’가 메인 요리로 나온다. 어둠이 내리면 폴리네시아인의 항해 역사와 신화가 거친 비트에 맞춰 화려한 불춤으로 펼쳐진다.
축제의 열기가 무르익으면 결혼 기념일·생일 등 특별한 날을 맞은 관객이 춤을 추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공연 중반부 사회자가 기념일을 맞아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을 함께 축하해주는 시간을 마련됐다. 이름이 호명된 관광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에 맞춰 함께 춤을 췄다.
축제의 여운을 안고 밤바다를 따라 걷다 보면 복합 쇼핑몰 ‘웨일러스 빌리지’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훌라 춤이나 우쿨렐레 연주 등 하와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웨일러스 빌리지는 100여 개 브랜드 매장과 로컬 부티크 숍이 밀집해 있어 쇼핑 장소로도 제격이다.
직접 선택한 굴에서 진주 2개가 나오자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행운″이라며 박수를 쳐줬다. 이렇게 나온 진주를 즉석에서 바로 가공해 반지로 만들어줬다.
하와이 분위기에 걸맞은 옷을 찾는다면 하와이안 셔츠의 명가 ‘레인 스푸너’를 추천한다. 고급 액세서리를 찾는다면 ‘마우이 다이버스 주얼리’가 좋다. 고객이 매장에 비치된 용기에서 굴을 선택하면, 직원이 진주를 채취해 즉석에서 액세서리를 만들어 준다.
도시의 활력 속에 스민 반전의 매력, 오아후
끊임없이 돌아가는 장치에 매달려 아찔한 공중 곡예를 선보이는 곡예사들.
마우이에서 비행기로 약 40분을 날아가면 하와이 제도 중 가장 번화한 섬인 오아후에 닿는다.
오아후에서는 2024년 12월 상륙한 ‘태양의 서커스’가 단연 화제다.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 그룹이 하와이 최초로 선보인 상설 공연의 제목은 ‘아우아나(‘Auana)’다. 하와이어로 ‘새로운 여정을 떠나다’라는 뜻이다. 와이키키 비치콤버 호텔에 전용 극장을 마련했다.
즉석에서 뽑힌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는 공연 중 많은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하와이 구전 신화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8개를 구성했는데 우아한 훌라 춤과 아찔한 공중 곡예, 수중 퍼포먼스, 샌드 아트 등이 감미로운 라이브 음악과 교차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퍼포먼스도 호응이 크다. 무대에 오른 관객들이 음악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는 흉내를 내자 객석에서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레아히 정상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호놀룰루 도심과 자연이 합쳐진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하와이 여행을 눈부시게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은 ‘레아히(Lē‘ahi)’, 즉 ‘다이아몬드 헤드’ 분화구다. 레아히는 오아후의 상징이다. 와이키키(Waikīkī) 해변 어디서나 보인다. 레아히는 2022년 예약제를 도입했다. 환경 보호와 탐방객 분산을 위해서다.
다이아몬드 헤드 정상을 오르려면 1.3㎞를 걸어 올라야 한다. 왕복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걸린다. 햇살이 강하고 그늘이 없기 때문에 아침 일찍 가는 게 좋다. 선크림과 물도 필수다.
중요한 사실. 오아후를 관할하는 호놀룰루시는 2017년부터 길을 건널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산만한 보행 금지법(Distracted Walking Law)’으로, 이 법을 어기면 벌금 15~35달러(약 2만3000~5만3000원)를 물어야 한다. 재범에겐 최대 99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외국인도 단속 대상이므로 주의하자.
여행정보
김영희 디자이너
한국에서 하와이로 가는 직항편은 다양하다. 이번에는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주 4회 취항하는 에어프레미아를 이용했다. 9시간 소요. 오아후에서 마우이를 갈 때는 하와이안항공을 타고 40분 이동했다.
하와이의 호텔은 환경 보호를 위해 생수 제공을 중단하는 추세다. 대신 객실에 재사용이 가능한 텀블러를 놓아둔 호텔이 많다. 호텔 대부분이 정수기를 갖춘 만큼 개인 텀블러를 가져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