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현지시간 6일 밤과 7일 새벽 사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포함 3척의 상선에 대한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미국은 즉각 사실상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의 대가로 해제했던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를 중단하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망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를 거치며 이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확대되는 가운데 지난달 말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놓고 무력 공방을 주고받았던 양측이 재차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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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호르무즈 도발…MOU까지 흔들리나
이란은 6일부터 호르무즈해협 내 오만 쪽 항로를 이용하는 상선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타르 선적의 LNG 운반선 알레카야트호와 사우디의 초대형 유조선 웨디얀호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현지시간 6일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촬영된 위성 사진에 소형 선박들이 보인다. 로이터는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고속 소형 선박을 이용해 선박을 나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국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직접 지목했다.
그러자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당혹스러운 일이며 선린 우호 원칙에 어긋난다”며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이란과 조율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거나 선박 추적 장치를 조작하는 것은 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촉진하려는 이란의 노력을 방해하는 것으로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미사일 공격을 받은 유조선들은 이란이 관할하고 있는 이란 쪽 항로가 아닌 오만 인근 해역을 항해하던 중 피격됐다. 현재 이란과 오만 중간 해역엔 이란이 설치한 기뢰로 통항에 제약이 따른다.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고 있는 이란은 오만 쪽 항로를 이용하는 상선에 대한 위협을 반복하며 상선들이 이란 쪽 항로만을 이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영상에서 미 중부사령부가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위치한 이란의 군사 시설을 타격하는 장면이 확인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AFP통신은 7일에도 유조선 1척이 추가로 공격용 드론에 피격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부인 속에서도 오로지 오만 항로를 이용하던 유조선 3척만 연쇄 공격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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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출 재개 철회…협상 다시 불투명
미국은 즉각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면제를 철회하며 이란의 도발에 정면 대응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산 원유의 생산, 인도, 판매 허용을 위해 지난달 21일 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를 앞투고 튀르키예 앙카라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측이 종전 MOU를 체결하고 60일간 후속 협상을 하는 기간에 면제하기로 했던 이란산 원유 제재를 보름여 만에 되돌린 것으로, 이는 후속 협상을 위한 전제조건 성격으로 합의했던 MOU의 이행을 일부 파기한 의미가 있다.
양측은 지난달 말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이란의 유조선 공격을 빌미로 연이틀 무력 공방을 벌였다. 그러다 이달 초 카타르 도하에서 이뤄진 간접협상을 통해 협상의 동력을 어렵게 되살려놓은 상태다. 미 정부 당국자는 로이터에 호르무즈에서의 이란의 이번 행동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OFAC은 다만 이란산 원유 거래가 단계적으로 취소되면서 17일까지는 허용된다며 협상 재개의 여지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이란산 원유 제재 해제는 오랜 경제적 압박에 시달려온 이란의 측면에선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이란의 입장에선 협상 진행에 필요한 신뢰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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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끝낼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우리는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일을 끝낼 것”이라며 이란을 압박했다.
현지시간 7일 이라크 나자프에 있는 이맘 알리 성지 밖에서 열린 사망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에 참석한 시아파 군인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AP=연합뉴스
그는 이어 “일을 끝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한 시간 안에 그들의 다리(교량)를 무너뜨릴 수 있고, 그들의 에너지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특히 “그들은 지금 돈이 전혀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전혀 주지 않았다”며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경제적 압박 카드를 먼저 꺼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재무부가 취한 원유 수출 제재 해체 조치의 번복이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망상’으로 규정한 뒤 “위협이 계속된다면 최종 합의에 대한 협상은 개시되지 않을 것”이라며 “당신이 서명한 내용을 지켜라”라고 촉구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사망한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장례식에 수많은 군중이 운집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공격은 이러한 신경전이 이뤄진 직후에 이뤄졌다. 이러한 배경과 관련 사망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계기로 이란 내부에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는데 따른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