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서울 인사동 일대에서 무더기로 출토됐던 조선 전기 금속활자 가운데 이제껏 실물이 확인되지 않았던 ‘계축자’(1493년)가 포함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재정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최근 한국서지학회가 발간한 학술지 ‘서지학연구’ 6월호의 논문에서 “2024년 발간된 서울 공평구역 제 15,16지구(나지역) 유적 발굴보고서의 조선 전기 금속활자를 고증한 결과, 1493년에 주조한 계축자(癸丑字)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평구역 유적은 서울 탑골공원 인근 인사동에 걸쳐 있으며 2021년 발굴 당시 15∼16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전기 활자 1600여 점이 쏟아져 나왔다.
이 연구관은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앞서 1434년 만든 갑인자(甲寅字), 1455년 주조한 을해자(乙亥字), 을해자 병용 한글활자, 1465년 제작한 을유자(乙酉字)가 확인됐는데, 보고서를 자세히 분석하고 활자를 재분류한 결과 계축자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의 분류에 따르면 그간 을해자 또는 을유자, 그리고 경자자(庚子字·1420년 주조)로 추정해온 큰 활자(대자)와 작은 활자(소자) 등 총 54점이 계축자일 가능성이 크다. 계축자 대자는 평균 가로 2.1㎝, 세로 1.7㎝ 크기이며, 소자는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1.0㎝, 1.3㎝ 정도다.
계축자본 『신증동국여지승람』 권 47(국립중앙도서관). 사진 이재정
이 전 연구관은 “계축자로 인쇄됐던 ‘자치통감강목’,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비교·검토해 본 결과 같은 크기·형태의 활자로 보인다”면서 “출처가 명확한 인사동 금속활자의 특성상 그간 실물이 없었던 새로운 활자본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평 구역 출토 금속활자의 주조 시기도 1434년(세종 16) 갑인자부터 1493년(성종 24) 계축자까지 약 60년간으로 늘어났다.
계축자본 『신증동국여지승람』 속 글자들과 지난 2021년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금속활자 중 계축자로 추정되는 활자(사진)들의 비교. 사진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여년간 활자 유물 연구에 주력해온 이 전 연구관은 발굴보고서를 바탕으로 도면, 사진 등을 다시 검토한 결과 출토 활자의 수량을 1650점에서 1657점으로 수정했다. 다만 활자 실물을 보지 못한 점을 연구의 한계점으로 언급하면서 “향후 실물과 인쇄본을 대조해 더 정교한 고증을 시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