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임신 중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면 출산 후 아기의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호르몬 농도가 높으면 생후 1년 내 발병 위험이 최대 8배 넘게 뛰는 식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안강모·김지현·정민영 교수, 미국 내셔널 주이시 헬스 김병의 교수 공동 연구팀은 8일 신생아 소변 속 프탈레이트 대사체 농도와 아토피 피부염의 관련성을 분석한 내용을 공개했다.
장난감·생활용품 등에 널리 쓰이는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드는 물질로, 체내 호르몬 체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중에는 태반을 거쳐 태아에게 직접 전달된다. 양수에도 프탈레이트가 있어 태아의 피부 발달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다.
연구팀은 2020년 12월~2022년 6월 국내 4개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 61명을 대상으로 생후 48시간 이내 소변을 분석했다. 몸에 들어온 프탈레이트는 대사 과정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신생아 소변으로 환경호르몬 노출 정도를 추정할 수 있어서다. 이들 신생아가 12개월이 될 때까지 추적 관찰도 진행했다. 이 중 11명이 아토피 피부염 진단을 받았다.
분석 결과,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대사체의 농도가 높을수록 아토피 피부염 발생 위험이 약 두 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12.18μg/L 이상 고농도 군에선 해당 위험이 8.3배까지 뛰었다.
연구에 참여한 삼성서울병원 교수진. 사진 삼성서울병원
이러한 배경엔 프탈레이트로 인한 피부 장벽 약화와 염증 반응이 꼽혔다. 실제로 세포 실험에서 프탈레이트 용액에 노출되자 염증 반응과 관련한 사이토카인 발현이 증가했다. 피부 장벽을 유지하는 핵심 단백질도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인공 피부 실험에서도 피부 수분 손실이 늘어나는 게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김지현 교수는 “영아기는 피부 장벽과 면역 체계가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임신 중과 출생 초기에도 생활 환경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