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 경쟁이 장기화하고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가 만연한 지금, ‘중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외교와 안보를 넘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위기의 중국, 중국은 왜?』는 이 물음에 섣부른 답을 내놓는 대신 ‘중국은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현재의 정책만이 아니라 마오쩌둥에서 시진핑까지 이어지는 '백 년의 마라톤'을 추적하며 그 역사적 맥락을 되짚었다. 또 중화주의와 천하주의, 법가적 통치 전통, 디지털 감시 체제와 같은 사상적·제도적 기반을 함께 살폈다. 중국의 대외 전략과 국내 통치 방식을 하나의 역사적 연속선에서 설명하면서, 오늘날 중국이 단순한 사회주의 국가나 경제 대국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합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중국을 단순히 '적'이나 '모델' 중 하나로 규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중국공산당의 권위주의와 팽창적 세계관을 비판하면서도, 루쉰(魯迅)과 첸리췬(錢理群), 류샤오보(劉曉波) 등 다른 미래를 모색해 온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함께 조명한다. 잊힌 ‘마이너리티’들의 목소리를 소환해 중국 내부에도 다양한 결의와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을 환기한다.
또 저자는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를 그대로 긍정하지도, 성급히 나무라지도 않는다. "규모와 구조의 차이를 아는 것"이 상호 인식의 출발점이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감정적 대립으로 흐르기 쉬운 한중 담론에 균형추를 제공한다. 또 미국과 중국을 동일한 거리에서 냉정하게 바라볼 것을 주문하며, 한국이 더는 추격자가 아니라 주체적 전략을 갖춘 행위자로 서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선택적으로 가까워지거나 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 호오(好惡)가 아니라 중국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지적 태도다. 중국을 피할 수 없는 이웃으로 마주해야 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손쉬운 결론 대신 더 정교한 질문을 던진다. 답을 찾기 전에 질문의 틀부터 다시 세우라는 저자의 제언이 지금 이 시점에 유효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