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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홈플러스’ 부산도 직격탄…2000명 생계·지역상권 흔들린다

중앙일보

2026.07.07 20:30 2026.07.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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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일반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7일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 금융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IFC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 일반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7일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 금융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IFC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때보다 더 어렵습니다. 이제 빚을 다 갚아가나 했는데 또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홈플러스 센텀점에서 5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52)씨의 하소연이다. 지난 6일 만난 박씨는 “지난달 매출이 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0%가량 줄었다”며 “58개월 동안 하루 13시간씩 일하며 가게를 지켜왔지만, 손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0.01%지만 희망을 놓을 수 없다”는 박씨는 이날도 영업 중단한 홈플러스 한쪽에서 음식을 팔고 있었다.

법원이 지난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홈플러스 입점업체 점주는 물론 홈플러스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오는 20일까지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거나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지역 홈플러스 7개 점포 직원은 1020명, 용역업체 직원은 150여명이다. 여기에 입점업체 251개사 종사자 775명을 합치면 총 2000여명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
지난 5월 10일부터 영업중단한 홈플러스 센텀점에 '임대매장 정상영업합니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이은지 기자

지난 5월 10일부터 영업중단한 홈플러스 센텀점에 '임대매장 정상영업합니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이은지 기자


홈플러스 직원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김도숙 마트노조 부산본부 사무국장은 “법원이 2주의 유예시간을 준 것은 회생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2000억원의 운영자금만 확보된다면 정상 영업 중인 3개 점포(동래·아시아드·정관점)는 물론 대기발령 상태인 4개 점포(센텀·반여·영도·서부산점)도 다시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금 확보에 실패하면 현재 정상 운영 중인 점포마저 영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현장의 불안감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홈플러스 아시아드점과 센텀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원수정(56)씨는 “지난 5월부터 홈플러스가 전기요금을 내지 않아 단전 통보까지 받은 상황”이라며 “홈플러스 측에서 앞으로 영업할 수 있는지 아무런 설명조차 없다”고 답답해했다.

원씨는 아시아드점과 센텀점에 총 6300만원의 보증금을 냈는데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그는 “매출은 지난해부터 이미 반 토막이 났고, 센텀점은 지난 5월 영업 중단 이후 80% 이상 줄었다”며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수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해 끝까지 남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인수자를 찾지 못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문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인수자를 찾지 못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문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마트 파산 시 낙수효과 사라져 지역 경제 위축…대책 시급

전문가들은 홈플러스 사태를 지역 소비 생태계의 위기로 보고 있다. 정성문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홈플러스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동네 슈퍼가 살아나는 구조가 아니다”며 “소비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어 지역 소비 자체가 외부 플랫폼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자체 매출뿐 아니라 병원, 음식점, 카페 등 주변 상권의 소비를 견인하는 핵심 시설 역할을 한다”며 “홈플러스가 사라질 경우 지역경제의 낙수효과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MBK 파트너스가 자산 유동화 과정에서 가야점과 감만점을 폐점한 이후 지역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마트노조는 지난 5월 영업 중단한 영도점 주변 상권은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고려아연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6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노총 고려아연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6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지금부터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 교수는 “민선 9기가 민생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홈플러스 실직자들을 공공서비스 분야와 연계해 재취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근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도 “직원과 입점업체들이 부산시와 적극적인 소통 창구를 만들고 법률·행정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긴급한 소상공인 금융지원이나 부산경제진흥원, 소상공인 지원기관의 기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만약 홈플러스가 최종 파산한다면 점포 부지 활용 방안과 주변 상권 보호 대책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동백전 같은 지역 화폐를 활용해 인근 상권 소비를 유도하는 등 지역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홈플러스 관련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취업 알선을 먼저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일자리노동과 관계자는 “대량 실업자 발생 시 매뉴얼에 따라 우선적으로 취업 알선을 해줄 것”이라며 “법률 상담이 필요하면 무료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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