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조던 헨더슨(36, 브렌트포드)의 월드컵이 황당한 사고로 끝났다. 경기 중 충돌도, 거친 태클도 아니었다. 경기 후 세리머니 도중 광고판을 넘으려다 미끄러졌고, 팔을 크게 다쳤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8일(이하 한국시간) "조던 헨더슨의 아버지 브라이언 헨더슨이 멕시코전 이후 아들이 산소호흡기를 단 채 들것에 실려 나가는 장면을 TV로 보고 최악의 상황을 걱정했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멕시코 아스테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멕시코를 3-2로 꺾었다. 잉글랜드는 8강에 올랐고, 노르웨이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헨더슨이 경기 후 세리머니 도중 광고판을 뛰어넘으려다 미끄러졌고, 팔부터 불안정하게 떨어졌다. 곧바로 동료들의 표정이 굳었다.
가장 먼저 상황을 알아차린 선수는 댄 번이었다. 번은 급히 의료진을 부르라는 신호를 보냈고, 잉글랜드 선수들은 헨더슨 주변으로 모였다. 의료진은 그라운드 위에서 헨더슨을 치료했고, 산소를 공급했다. 헨더슨은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처음에는 단순한 낙상처럼 보였다. 경기 종료 후 주장 해리 케인은 BBC 인터뷰에서 "조던이 그냥 넘어졌다. 괜찮은 것 같다. 팔 쪽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헨더슨의 아버지 브라이언도 처음에는 큰 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잉글랜드 북동부 자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처음에는 그냥 넘어진 줄 알았다. 손목을 긁힌 정도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걱정이 커진 건 케인의 인터뷰 도중이었다. 브라이언은 TV 화면에서 의료진에 둘러싸인 채 이동식 침대에 실려 지나가는 아들을 봤다. 헨더슨은 산소호흡기를 단 상태였다.
브라이언은 "해리 케인이 인터뷰하는 동안 조던이 실린 트롤리가 지나가는 걸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산소를 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곧바로 현지에 있는 조던의 개인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 했다. 소식을 기다리느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헨더슨은 이후 멕시코시티 병원으로 이송됐다. 잉글랜드 선수단과 함께 캔자스시티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지 못했다. 초기에는 손목 부상으로 알려졌지만, 브라이언은 왼쪽 전완부가 크게 다쳤다고 밝혔다.
그는 "왼쪽 전완이다. 완전히 박살이 났다"라고 말했다.
헨더슨은 당초 6일 밤 캔자스시티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폭풍 때문에 복귀가 지연됐다. 이후 이동하는 대로 곧바로 수술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 메일은 NFL 선수 치료 경험이 있는 외과의가 수술을 맡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브라이언은 "깁스를 하게 될 것이다. 이후에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부상으로 헨더슨의 이번 대회 출전은 끝났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6분만 뛰었다. 출전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잉글랜드 라커룸에서 영향력은 여전히 컸다. 베테랑 미드필더로서 선수단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해왔다.
헨더슨은 대회를 떠날 생각이 없다. 브라이언은 다음 주 미국으로 이동해 아들 조던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조던은 동료들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멕시코전에서 98초 사이 두 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를 구한 주드 벨링엄은 경기 후 헨더슨의 부상에 대해 "조금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의료진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벨링엄은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많이 말하는 건 좋지 않다. 모두가 그를 돕기 위해 함께 있었다. 그런 모습 자체도 보기 좋았다"라고 했다.
투헬 감독도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후 "상당히 안 좋아 보인다. 꽤 심각한 부상이다. 조던이 지금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는 사실은 이 밤과 어울리지 않는다. 의사가 그가 병원에 있다고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잉글랜드는 8강에서 노르웨이를 상대한다. 노르웨이는 엘링 홀란을 앞세워 브라질을 꺾고 8강에 올랐다.
헨더슨의 이탈은 잉글랜드 중원에도 타격이다. 현재 중앙 미드필더 자원은 데클란 라이스, 엘리엇 앤더슨, 코비 마이누 정도가 남았다. 마이누는 아직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극적인 멕시코전 승리로 8강에 올랐다. 벨링엄의 멀티골, 수적 열세 속 승리라는 드라마도 있었다. 다만 경기 후 벌어진 황당한 사고로 베테랑 헨더슨을 잃었다. 잉글랜드의 월드컵 여정은 계속되지만, 라커룸의 중심 중 한 명은 팔에 깁스를 한 채 동료들을 지켜보게 됐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