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돈줄 막힌 이란, 미군 시설 타격…휴전 20일 만에 파국 위기

중앙일보

2026.07.07 22:02 2026.07.08 20:4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튀르키예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도중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튀르키예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도중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시작된 ‘60일 휴전체제’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이란의 잇따른 호르무즈해협 도발에 미국이 7일 경제제재와 군사공격을 한꺼번에 재개하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이에 이란이 8일 중동 지역의 미군 시설을 타격하는 맞보복에 나서며 MOU 체결 이후 20일 만에 재충돌 위기감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8일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바레인과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IRGC는 “미국의 이번 침략에 대한 초기 대응으로 IRGC 해군과 항공우주군이 미사일 및 드론 작전을 합동으로 수행해 두 국가 내 주요 미군 시설 85곳을 타격했다”며 미군의 MQ-9 드론 1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7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정밀 유도 무기를 사용하여 80여 곳의 이란 표적을 타격했다”고 공개했다. 중부사령부는 구체적으로 호르무즈해협 및 인근 지역의 이란 방공 시스템, 지휘통제망, 해안 레이더 기지, 대함 미사일 기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형 선박 60여 척을 타격했다고 부연했다.



미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응…80여 곳 타격”

공습 배경에 대해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상선 3척을 겨냥한 이란의 최근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최근 마셜제도 국적 유조선 ‘알레카야트’,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유조선 ‘웨디안’, 라이베리아 국적 유조선 ‘사이프러스 프로스퍼리티’ 등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상선 3척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이란군의 이같은 부당한 공격은 휴전 합의를 명백하고 위험하게 위반하는 행위이며, 항행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튀르키예 현지에서 이번 공격 계획을 승인하고 공격 명령을 내렸다고 미 정부 한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군 공습 이후 이란 국영 방송 매체는 “남부 항구도시 시리크에서 적의 발사체 파편으로 여러 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협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위반할 경우 그 책임을 묻기 위해 항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해협 내 상선의 자유로운 항행을 위협하는 이란의 도발이 이어질 경우 군사적 타격으로 계속 응징하겠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미군 한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공습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악시오스에 말했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 속 한 장면. 미군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의 이란 목표물을 타격해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포착된다. 사진 중부사령부 X 캡처

미군 중부사령부가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 속 한 장면. 미군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의 이란 목표물을 타격해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포착된다. 사진 중부사령부 X 캡처



미, 이란산 원유 제재 면제도 전격 복원

미군 공격이 시작되기 약 2시간 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 제재의 전격적인 복원 조치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산 원유의 생산·인도·판매를 허용하며 지난달 21일 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미·이란 양측이 종전 MOU를 체결하고 60일의 후속 협상 기간 면제하기로 한 이란산 원유 제재를 보름여 만에 원상태로 되돌린 것이다.

이로써 7일 이후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제품, 석유제품의 신규 구매·선적은 불허되며 이미 진행 중인 거래도 정리 절차만 17일까지 허용된다. 미국은 당초 이란산 원유 제재를 한시적 기간만 풀어 국제 유가 안정을 유도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후속 협상을 이어가는 동력으로 삼는다는 구상이었다.

오랜 기간 경제난에 시달려 온 이란은 원유 수출 재개로 판매 대금을 확보함으로써 그나마 숨통을 틔우는 듯했지만, 다시 자금 유입 경로가 막힐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이번 결정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최근 잇따른 상선 피격 대응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란에 돈줄을 틀어막는 데 이어 강력한 군사적 대응까지 재개하며 압박 수위를 빠른 속도로 끌어올린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란 “종전 합의 위반…단호히 대응할 것”

이란은 격하게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성명을 통해 미군 공습을 “노골적인 침략”으로 규정하며 “압도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도 “미군 공습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 재무부의 원유 제재 복원에 대해서도 “양국 종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합의 파기로 인한 모든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의 국익과 국가안보 수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열린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 조문객들이 몰려든 가운데 더위를 식히기 위한 물이 뿌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열린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 조문객들이 몰려든 가운데 더위를 식히기 위한 물이 뿌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이란은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계기로 강경파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부터 이틀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상선 3척을 잇달아 공격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이란과의 평화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일을 끝낼 것”이라며 군사 공격 및 경제적 압박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나온 것이었다.

이란은 상선 공격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란군은 지난 2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유조선과 상선에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며 지정 항로를 벗어난 선박에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공격 역시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해협 위험도 ‘심각함’ 상향

이란의 도발과 미국의 강경한 경제적·군사적 대응이 이어지면서 호르무즈해협의 상선 항행은 다시 위협을 받고 있다. 해상 위험을 평가하는 다국적 기구 공동해양정보센터(JMIC)는 이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위험 수준을 기존 ‘상당함(Substantial)’에서 ‘심각함(Severe)’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JMIC의 해상 위험 수준은 낮음(Low)→보통(Moderate)→상당함→심각함→위기(Critical) 등 5단계로 구성된다. ‘상당함’은 공격이나 교란행위 가능성을 경고하는 수준이며, ‘심각함’은 의도적·적대적 공격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큰 위험한 상태를 의미한다. JMIC의 경보 상향 조치는 최근 상선 3척이 잇따라 피격된 직후 이뤄졌다. NYT는 “호르무즈해협 상선 3척의 피격과 이에 대한 미군의 보복 조치는 이 지역을 다시 폭력 사태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