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광주특별시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도심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핵심 증거인 ‘케이블 타이’ 등을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이 구속됐다.
광주지법 최윤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과 도주가 우려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오전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경찰 호송차에서 내린 A경감은 취재진을 밀치며 재빠르게 법정으로 향했다. A경감은 광주지법에 출석하면서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A경감은 장윤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결박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광주특별시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광주특별시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경찰 호송차에 올라타고 있다. 연합뉴스
A경감은 사건 직후 장윤기의 SUV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내부에서 케이블 타이 뭉치를 발견하고도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은 채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또 차량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장윤기의 지문을 채취하고도 차량을 압수하지 않은 채 현장에 남겨뒀다. 범행에 사용된 차량은 장윤기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 장모 경감이 사건 이후 계속 운행했다.
A경감 등 수사팀은 장윤기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훼손된 리얼돌(사람 형태의 성인용품)도 압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리얼돌은 수사팀으로부터 장윤기 주거지 주소와 출입 비밀번호를 받은 장 경감이 폐기했다.
장윤기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여부를 조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은 A경감의 직위를 해제하고,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강력팀 소속 수사관 4명 등 6명을 대기 발령했다.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가 범행 수단으로 이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조수석 수납공간에 케이블타이가 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도 장윤기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광주지검은 A경감 등을 공무상 비밀누설과 증거인멸,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지휘 책임자였던 광산경찰서장의 집무실과 장윤기가 범행 전 아르바이트 동료를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 사건을 수사했던 여성청소년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장 경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장윤기 차량에서 사라졌던 케이블 타이를 확보했다. 케이블타이는 길이 50㎝에 달하는 공업용으로 파악됐다. 장 경감은 케이블 타이를 가져간 것에 대해 “별생각 없었다. 이게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경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광주경찰청 앞에서는 경찰의 부실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윤기 사건의 피해자 고(故) 이채원양의 유족과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은 범죄를 엄단하는 수사관이 아니라 가해자와 한 몸이 되어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하며 조직적으로 은폐한 공범이었다”며 “실체적 진실을 감추려 한 경찰 당국을 규탄하며, 살해범 장윤기를 비호한 경찰에게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