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남단 스키장인 규슈 미야자키현 고카세 하이랜드 스키장이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35년 만에 문을 닫는다. 눈 부족과 이용객 감소, 시설 노후화가 겹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더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오사코 유키히로(小迫幸弘) 고카세초 정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카세 하이랜드 스키장을 올해 겨울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사코 정장은 “설비 갱신에 거액의 비용이 드는 가운데, 재정 부담을 계속 지면서 영업을 이어가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카세 하이랜드는 1990년 마을 직영으로 개장한 이래 한때 겨울철 방문객이 10만 명을 넘어설만큼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용객이 꾸준히 줄었고, 지난 시즌(2025년 12월~2026년 2월)에는 사상 최저인 1만 5000명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이용객이 감소하는 가운데, 기후 변화도 타격을 줬다.
온난화로 인해 강설량이 부족해지면서 인공 조설기 마련과 시설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1억 2000만엔(약 11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고카세 하이랜드가 문을 닫으면 규슈 지역 스키장은 오이타현 구주마치의 구주 스키장 한 곳만 남게 된다.
고카세 하이랜드 스키장의 폐장은 일본 지자체가 적자를 감수하며 겨울 관광 시설을 유지해온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슷한 고민이 일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어서다. 일본 내 스키장 수는 1999년 698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417곳까지 줄었다. 1999년 이후 약 40%가 사라진 것이다.
일본생산성본부 레저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스키·스노보드 인구는 2024년 420만명으로, 전성기였던 1998년 1800만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올 시즌까지만 운영되는 일본의 최남단 스키장인 규슈 미야자키현 '고카세 하이랜드 스키장'. 제미나이 이미지
눈이 많기로 알려진 북부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홋카이도 시베쓰시의 아사히 스키장은 지난 3월 문을 닫았고, 아키타현 다이센시의 오마가리 패밀리 스키장도 이용객 감소와 시설 노후화를 이유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운영을 중단한다.
기후현의 소가와 고원 패밀리 스키장도 폐장 방침이 발표됐다. 니가타·나가노 등 대표적인 설국 지역에서도 충분한 영업일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스키장이 늘고 있다.
일본의 지방 스키장 가운데는 지자체나 제3섹터가 운영에 관여해온 곳이 적지 않다. 과거에는 겨울철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이용객 기반이 줄고, 기후 변화로 눈까지 부족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인구 감소로 지자체 재정마저 흔들리자 존폐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고카세초 측은 스키장 부지를 등산·트레킹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마을 측은 리프트 철거 등 폐지에 드는 비용만 약 5억엔(약 46억4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