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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왜 불륜 소재를 쓸까?”...장르문학 소설가 청예가 붙든 질문

중앙일보

2026.07.07 23:11 2026.07.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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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주와 연』으로 돌아온 소설가 청예. [사진 해란]

신작 『주와 연』으로 돌아온 소설가 청예. [사진 해란]

예술가들은 왜 불륜을 소재로 쓰는걸까.

소설가 청예는 궁금했다. 박찬욱의 영화 ‘헤어질 결심’과 아니 에르노의 소설 『단순한 열정』을 지인에게 추천하다, 불륜을 미화할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 왜 만들어지고 인기를 끄는지 질문하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게 지난달 24일 출간된 소설 『주와 연』(래빗홀)이다. 신간 출간에 맞춰 서울 서초동 출판사 인플루엔셜에서 만난 청예는 “불륜으로 만든 자식이 가정을 훼방 놓는 복수극을 떠올리며 빠르게 초고를 썼다”고 말했다.

청예 신작 『주와 연』 표지. [사진 래빗홀]

청예 신작 『주와 연』 표지. [사진 래빗홀]

청예는 공공기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2021년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장르문학 소설가다. 그해 공모전만 세 번 당선됐고, 2023년 장편소설 『라스트 젤리 샷』으로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문단과 독자에게 이름을 알렸다. 최근 출간한 소설 『오렌지와 빵칼』(2024), 『일억 번째 여름』(2025)은 모두 10쇄를 넘겼다.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예스24에서 선정하는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후보에 선정됐다.

그는 ‘정서 조절 뇌 시술’(『오렌지와 빵칼』) ‘자연재해 속 사랑’(『일억 번째 여름』) 등 매번 다른 소재를 다른 장르로 풀어왔다. 이번에 쓴 『주와 연』은 ‘불륜’ 외에도 ‘환생’ ‘복수’를 소재로 하는 오컬트 장르다. 주인공 오주희가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와 그 상대의 딸 오연린으로 다시 태어나 복수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결말을 정해두고 집필했어요. 결말의 이미지가 저에게는 결승전 같았습니다.” 소설은 주인공이 오연린으로 맺은 새 인연이, 새 집념을 안고 오연린과 다시 만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처음 설정은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불륜을 단호히 비판하며 농후한 감정을 다뤄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빠르게 쓴 초고를 고치는 데 3년이 걸렸다. “도덕 기준에서 벗어나 있고, 비판의 여지가 큰 소재를 왜 쓰는지 궁금했어요. 오랜 시간 『주와 연』을 마무리하면서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모순된 마음을 다룬 소재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오연린은 오주희로서 복수에 성공하지만, 오연린으로서 사랑은 실패한다. 청예는 이에 대해 “단순한 불륜 이야기가 아니라 그를 통해 겪는 모순적 상황, 양면적 감정을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소설에서 오연린은 불신(不信)을 주요한 복수 도구로 쓴다. “환생한 사람은 어떤 복수를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청소년이 할 법한 일상적이고 자잘한 복수보다는 오연린의 복수는 확실한 좌절을 불러일으켜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꿈을 딸에게 투영하는 부모에게 분명한 실망을 안기는 것처럼요.”

청예는 외로운 인물이 나오는 책에 마음이 동한다"고 했다. "강인한 인물이 나오는 책은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요. 인물과 슬픔의 주파수가 비슷할 때 몰입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 해란]

청예는 외로운 인물이 나오는 책에 마음이 동한다"고 했다. "강인한 인물이 나오는 책은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요. 인물과 슬픔의 주파수가 비슷할 때 몰입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 해란]

복수를 통해 원한이 풀릴 수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문제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청예는 하고 싶었다. “복수의 정의를 한마디로 내리기는 어렵지만, 칼자루 없는 칼을 쥐고 휘두르는 일 같아요. 좋지 않은 결과가 따를 확률이 높은 싸움이죠. 『주와 연』에서 복수는 최고로 능동적인 선택이에요. 자유의지로만 이루어진. 그렇기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복수를 위해 환생하는 날짜와 시간부터 복수의 방식까지 치밀하게 설계한 오주희를 안타까워했다. “모든 걸 선택하고 아득바득 이루려고 하면 전부 망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둘 수 있었다면, 오주희는 오연린이 되지 않았겠죠. 복수로 가득 찬 삶이 아니라 오주희만의 새 행복을 찾았을지도 모르고요.”

청예는 읽는 이로 하여금 “외로움을 덜어주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말한다. “만날 사람이 많고 주변에 할 것이 많으면 책은 뒷순위로 밀린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마음 한편에 자기만의 슬픔이나 외로움이 있는 게 아닐까요.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앞으로 쓰고 싶은 소설은 『주와 연』이 떠오르지 않는 소설이다. “저는 늘 전과 다른 걸 쓰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이 이야기는 이 이야기로만 기능할 수 있게요.”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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