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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설계의 빈틈] 67% '돈 먼저 떨어지는 것'에 공포감

Los Angeles

2026.07.0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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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보유 = 준비 완료'로 보면 안돼
의료비·요양비는 은퇴 자산에 큰 위협
예측 가능한 소득, 안정·지출 자유 제공
401(k)에 꾸준히 납입하고 개인은퇴계좌(IRA)도 개설해두었다. 그러면 은퇴 준비는 충분한 것일까?  
 
최근 발표된 세 편의 대규모 연구들, 알리안츠 생명보험의 2026 연간 은퇴연구, LIMRA 은퇴소득연구소의 건강 리스크 보고서, 노스웨스턴 뮤추얼의 2026 플래닝과 프로그레스 연구 등은 이 질문에 불편한 답을 내놓는다. 응답자의 58%가 ‘은퇴 계좌에 넣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 다음 단계, 즉 그 자산을 어떻게 평생 소득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아무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축적(Accumulation)의 시기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은퇴는 그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문제는 그 시작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지출, 훨씬 더 긴 생존 기간, 그리고 시장 하락보다 훨씬 더 무서운 의료비와 마주한다는 것이다. 세 연구가 공통적으로 경고하는 은퇴 설계의 빈틈을 짚고, 그 실질적인 함의를 생각해본다.
 
▶계좌와 설계는 다르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의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48%는 서면으로 작성된 재무 계획이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꾸준히 401(k)나 IRA에 적립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56%가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저축(Saving)은 자산을 쌓는 행위다. 은퇴 설계는 그 쌓인 자산을 지속 가능한 소득 흐름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이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다른 작업이다.
 
알리안츠 연구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확인된다. 응답자의 61%는 은퇴 후 의료비가 얼마나 들지, 어떻게 충당할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메디케어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 메디케어가 모든 의료비를 커버해준다고 잘못 알고 있는 비율이 상당했다.  
 
실제로 메디케어는 장기 요양(Long-Term Care) 비용을 대부분 보장하지 않는다. 재무 계획의 부재는 단순히 서류가 없는 문제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지출이 닥쳤을 때 대응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비: 시장 위기보다 더 위협
 
LIMRA 보고서는 은퇴 자산에 대한 위협을 새롭게 조명한다. 전통적으로 은퇴 설계는 시장 하락, 인플레이션, 세금 리스크를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복수의 독립적인 소비자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의료비와 장기 요양비를 가장 큰 재정적 걱정으로 꼽았으며, 이는 주식 시장 하락이나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보다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
 
데이터는 이 걱정이 근거 없는 불안이 아님을 보여준다. 65세에 은퇴하는 사람은 의료 보험료와 본인 부담금을 포함해 은퇴 기간 동안 평균 17만 2,500달러(피델리티 추산) 혹은 남성 기준 27만 5,000달러, 여성 기준 31만 3,000달러(밀리만 추산)의 의료비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장기 요양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10명 중 약 7명이 생애 어느 시점에는 장기 요양 서비스를 필요로 하며, 그 평균 기간은 수년에 달한다. 전국 중위 기준으로 너싱홈 개인실은 연간 12만 달러를 훌쩍 넘는다.
 
의료 관련 비용의 특성은 시장 충격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주가 폭락은 단기 충격이지만 시장은 결국 회복한다. 반면 만성 질환이나 인지 기능 저하는 수년간 지속되며 비용이 누적된다. 완치되지 않는 질환도 많다. 이 점에서 의료비 리스크는 단순한 지출 항목이 아니라 은퇴 자산 전체를 잠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협이다.
 
▶더 오래 사는 것의 역설
 
알리안츠 연구에서 67%의 응답자가 죽음보다 돈이 먼저 떨어지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50세 이하에서 80세 전후로 급증했다. 사회보장국에 따르면 오늘날 65세 인구 3명 중 1명은 90세까지 생존하고, 7명 중 1명은 95세까지 산다.
 
문제는 수명이 길어진 만큼 건강 수명(Healthspan)이 함께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수명과 건강 수명 사이의 격차는 평균 12년으로 추정된다. 즉 많은 은퇴자가 만성 질환이나 기능 저하 상태로 10년 이상을 보내게 된다는 의미다. 더 오래 사는 것은 더 많은 시간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의료비, 장기 요양비,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짐을 뜻한다. 장수 자체가 리스크가 된 시대다.
 
이 현실은 은퇴 시점의 나이를 추정하는 방식도 바꾼다. 알리안츠 조사에서 53%만이 예상한 시점에 은퇴했고, 42%는 예상보다 일찍 은퇴했다. 건강 문제나 예상치 못한 실직이 주된 이유였다. 은퇴 시점이 앞당겨지면 자산을 쌓는 기간은 줄고, 인출 기간은 늘어난다. 이 구조적 위험을 사전에 감안한 설계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보장된 소득이 주는 심리적 자유
 
세 연구가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법의 방향은 ‘예측 가능한 소득’이다. 알리안츠 연구에서 77%가 평생 보장 소득 흐름이 있다면 은퇴 자산 지출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많은 은퇴자들이 자산이 충분함에도 지출을 극도로 아끼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미래 지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확정된 소득 기반이 있을 때 비로소 지출할 수 있는 심리적 허락(License to Spend)이 생긴다는 것이다.
 
LIMRA 보고서 역시 예측 가능한 평생 소득 상품이 의료비와 장기 요양비라는 가변적 지출을 감당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정된 소득이 있으면 시장이 하락해도, 예상치 못한 의료비가 발생해도 필수 지출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안정감을 넘어 행동적 의사결정 오류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위기 상황에서 공황 매도나 과도한 지출 억제 같은 반응을 막아주는 구조적 안전망이 되는 것이다.
 
▶신뢰받지만 활용되지 않는 전문가
 
알리안츠 연구에서 응답자들은 재무 전문가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재정 안내자로 꼽았다. 그러나 실제로 재무 전문가와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비율은 최근 몇 년간 오히려 감소했다. 45%는 판단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전문가 상담을 꺼린다고 답했다. 신뢰는 하지만 접근은 하지 않는 역설적 상황이다.
 
이는 재무 설계사가 단순한 상품 판매자가 아닌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응답자들이 재무 전문가에게 원하는 것은 최대 수익률 달성보다 자산이 평생 지속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시장 하락으로부터 저축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세금 최소화 전략과 종합적인 재무 계획 수립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은퇴 설계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벌었느냐’보다 ‘어떻게 오래,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은퇴 설계는 축적 이후가 더 중요
 
세 연구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결론은 명확하다. 은퇴 자산을 쌓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며, 진정한 은퇴 안정은 그 자산을 어떻게 평생 소득으로 전환하고, 의료비, 장기요양비, 인플레이션, 장수 리스크라는 복합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느냐에 달려 있다.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할 항목은 이렇다. 현재의 저축이 은퇴 기간 전체의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의료비와 장기 요양비가 재무 계획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 예상보다 일찍 은퇴하게 될 경우의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는지, 그리고 시장 변동성과 무관하게 매달 안정적으로 지출할 수 있는 소득 기반이 있는지. 은퇴 계좌의 숫자보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실제 노후의 질을 결정한다.

켄 최 아피스 자산관리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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