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김종호 기자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연일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보완수사권 폐지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8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김용민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과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사 지휘권을 없애는 같은 법 개정안(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대표발의) 등 2건을 상정했다. 두 법안은 각각 지난달 26일과 30일 법사위에 회부됐다. 서 위원장은 “두 안건의 숙려 기간(15일)이 경과하지 않아 위원회 의견을 통해 상정하고자 하는데 이의가 없느냐”고 물은 뒤 “가결됐음을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범여권 단독으로 열린 법사위 회의에선 장윤기 사건을 고리로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대책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장윤기 사건의 경찰 부실수사를 언급하며 “미흡한 수사로 범죄자가 처벌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수사기관 통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보완수사 요구를 10% 정도 하고 있는데, 많은 경우 상당히 지연되거나 실질적인 통제 수단이 없다 ”고도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장관은 “장윤기 사건은 검찰 단계에서 보완한 사항이 11개나 된다. 다른 의도를 가지고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오해는 말아달라”고 말했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법정 밖으로 나오고 있다. 경찰은 A 경감이 장윤기의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케이블타이'를 증거인멸한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 진행한 법사위 사전회의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서영교 위원장과 김용민 의원은 “이달 안에 폐지하는 것으로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법사위원 2명은 “숙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내세웠다. 논의 과정에서 한 법사위원이 “언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가 당론으로 의결됐냐”고 묻고, 김용민 의원이 “의총에서 그랬다”고 답하자 해당 의원은 “내 기억엔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 내 보완수사권 존폐 논쟁은 이재명 대통령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언급한 뒤 불붙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 “결론은 국회에 맡기겠다”고 한 뒤 사실상 실종됐다. 특히 정청래 전 대표가 지난달 25일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지금 당장!”이라며 8·17 전당대회 쟁점화를 시도하자, 경쟁 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도 같은날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반응했다. 이에 폐지 시점이 전대 이후냐 이전이냐 정도로 논의의 폭도 좁아졌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에 대한 경찰 부실 수사 징후가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민주당 내 신중론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장윤기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변수가 됐다. 보완책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8일 페이스북에 “힘 없는 억울한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수준의 보완수사권을 남겨둘 여지는 없는지 숙의를 거쳐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 형소법 개정 태스크포스(TF) 는 이번주 중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당 차원의 형소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장윤기 사건이 문제긴 하지만, 보완수사권은 폐지가 당정 합의 사항이라 이걸 바꾸긴 어렵다.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할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진행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곽규택, 윤상현, 송석준, 조배숙 의원이 법사위 회의 진행을 비롯해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등을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세도 장윤기 사건 이후 더 거세지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예방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은 영원히 은폐됐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기 위해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 현장을 찾아 ‘보완수사권 졸속 폐지’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