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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 근로자 인정…“회사의 상당한 지휘‧감독 수반”

중앙일보

2026.07.0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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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배달기사(라이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첫 하급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8-1부(이지영 황성미 박성윤 고법판사)는 라이더유니온 지부 조합원 A씨가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 3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의 근로자 지위를 부정한 1심 판단을 뒤집은 결과다. A씨가 회사와 종속 관계인지, 회사 관리직의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A씨는 2021년 5월 21일부터 12월 6일까지 김포시의 한 지점에 소속돼 라이더로 일했다. 회사는 같은해 12월 6일 업무위탁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A씨는 “근로계약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기 때문에 해지 통보는 해고에 해당한다”며 “절차적 해고사유 통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라이더-회사, 종속관계이자 지휘·감독 수반

1심은 회사와 라이더의 관계가 종속적 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특정 배달 주문을 수락하도록 유도하기는 했지만 라이더가 최종적인 수락 여부를 결정하거나 수익을 얻는 방법에서 자율성이 없다고 보지 않았다. 또 회사가 라이더 의사에 반해 강제 배차하거나 배달 경로를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라이더 교육은 이뤄졌지만 업무수행 방법을 지시했거나 복장 규정에 강제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라이더가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일하는 동안 플랫폼 업체의 지휘 등을 받아 종속적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라이더가 독립적 사업자로 고객을 직접 확보하지 못하고 앱을 통해서만 노무를 수행하고, 보수 산정·지급도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가 회사가 정한 기준에 관여하거나 달리 정할 수 있는 재량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업무 수행 과정에서 회사의 관리직이 관리자용 프로그램을 통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수반한다고 본 점도 1심과 정반대였다. 1심은 회사 관리직이 라이더 전체 대화방에 남긴 메시지에 있는 요청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특별한 제재가 이뤄졌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 라이더 실시간 위치 확인은 업무 지원 차원일 뿐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2심은 업무수행시 복장과 용모를 규제하는 것 등 역시 통제 수단의 일부이고 라이더가 사전에 정한 근무시간을 준수할 것이 어느정도 강제됐다고 판단했다. 라이더의 근무 시간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던 점은 배달 업무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로기준법 규정 탄력적 해석해야”

재판부는 2024년 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 판례를 제시했다. 대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무제공 관계에 더 부합하는 별도의 입법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것보다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개별 사안에서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보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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