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구체적인 방향을 놓고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다음 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양측의 견해차가 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공개토론회. 연합뉴스
정부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교부금 개편’을 주제로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이번 토론회는 자유토론을 포함해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부처 간 이견을 내부에 숨기지 말고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론화하라고 지시한 뒤 성사된 토론회였다.
참석자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교육교부금 제도 개선에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세부 추진 방안을 두고선 평행선을 그렸다. 교육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오랫동안 주장해온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를 ‘자동이체’에 빗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가 1명씩 총 2명이 있는 부모가 교육비 통장에 월급의 5분의 1을 저축하다 첫째가 대학생에 진학한 뒤 (교육비가 필요한) 자녀가 1명만 남았는데 월급이 올랐다는 이유로 더 큰 금액을 교육비 통장에 자동이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국세의 20.79%에 연동된 현실을 5분의 1로, 월급이 오른 건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으로 인한 초과 세수 상황에 빗댄 것이다. 그는 “학생 수가 줄었고 앞으로 더 줄 것인데 세금이 잘 걷힌다는 이유로 큰 금액을 자동이체하는 것이 국가재정 관점에서 올바른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도 “병력이 감소했다고 국방비를 줄이느냐”(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가 효율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최교진 교육부 장관)고 맞받았다.
김주원 기자
교육교부금은 중앙 정부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떼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제도다. 교육청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초∙중∙고 영역에만 쓸 수 있다. 가파른 산업화로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던 1972년 과감한 교육 투자를 국가가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도입됐고, 교부율도 점차 높아졌다.
약 반세기를 지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1972년 1073만명이었던 학령인구는 올해 492만2000명(국가데이터처)까지 줄었다. 하지만 저출산이 가속한 최근 10년 사이 교육교부금은 2016년 43조2000억원에서 올해 76조4000억원(추가경정예산 포함)으로 33조원가량 증가했다. 유난히 좋은 올해 세수 여건을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81조원 전후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가뜩이나 학생 수도 줄었는데 국세 수입이 늘었다고, 쓸 곳이 있든 없든 지방교육청에 돈을 더 주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교육계는 교부금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 등 고정비라 학생 수와 무관하게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학교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과거의 학교가 단순히 가르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학교는 돌봄, 복지, 정서 지원, 안전 관리까지 담당하는 기관으로 변화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다고 하지만, 무상 급식이나 방과 후 돌봄 등 다른 나라에서 하지 않는 역할을 한국의 학교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원 기자
다만 이 같은 주장은 내국세 연동제 유지에 대한 논거는 될 수 있지만 큰 규모의 초과 세수가 자동으로 교육청으로 흘러가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못 된다. 이 때문에 교육계는 일찌감치 정면 방어보다 절충을 택했다.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교육부는 내국세 연동제와 교부율 자체는 유지하되 초∙중∙고에 국한된 ‘칸막이’를 완화해 교육교부금 일부를 대학과 영유아 교육에 쓸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교육교부금은 지키되 초과분의 용처를 넓히는 방식으로 방어선을 친 셈이다.
기획처의 생각은 다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교육 재정의 약 74%가 초∙중∙고에 쏠려 있고, 영유아·고등·평생교육에는 26%만 배분되는 불균형을 수차례 지적했다. 실제로 OECD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1인당 정부 교육지출은 2만1476달러로 OECD 평균(1만2438달러)을 상회하지만, 고등교육은 1인당 6617달러로 OECD 평균(1만5102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큰 틀에서 배분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게 기획처의 관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 장관은 과거 ‘교부금 확대론자’였다는 점을 스스로 언급했다. 그는 “당시 교부율을 22%까지 올리는 법안도 대표 발의했지만 이후 10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니 이제는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교육 수요에 대응하는 것과 함께 영유아교육부터 고등·평생교육까지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기획처는 교육교부금을 내국세가 아닌 학령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연동하는 방식을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이렇게 해도 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지속해서 증가한다는 게 기획처의 주장이다. 예산 축소에 대한 교육계의 불안을 달래려는 의도다.
김주원 기자
사실 교부금 연동제의 경직적인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나 학계에서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있다. 해외에서도 국세 실적에 기계적으로 교육 예산을 연동하는 사례를 찾기 힘든 데다 세수에 따라 교육재정까지 함께 출렁이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인 2023년에도 대규모 세수결손으로 교육교부금이 10조원 가까이 펑크가 났고, 2024년에도 6조원 넘게 줄었다. 재원이 급감하자 각 교육청 등은 쌓아둔 재정안정화기금을 헐어 썼고, 일부는 지방채까지 발행해 대응했다. 세수 형편에 따라 교육 재정이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는 불안정성 자체가 문제인 셈이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표면적으로는 미래 성장동력 창출과 K자형 양극화 해소, 청년 지원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내세웠지만 사실 별도 기금까지 마련하기로 한 데는 정부의 깊은 고민이 깔렸다. 일반회계상 초과 세수는 결산을 통해 세계잉여금으로 남는데 국가재정법상 세계잉여금의 최우선 사용처가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이다.
별도 기금으로 묶어두지 않으면 올해든 내년이든 더 들어오든 세수의 상당 부분이 지방으로 자동 이전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중앙 정부가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몫은 줄어든다. 교부금 제도 개편이란 정공법이 매번 좌초하다 보니, 세수 자체를 다른 이름으로 우회시키는 편법이 등장한 셈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초과 세수 국면인 지금마저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또 한 번 크게 실기하는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탄력적인 배분 체계 마련을 위해 교육계도 대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