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경선 방식으로 채택된 ‘선호투표제’를 두고 8일 당권 주자 간 찬반 논란이 빚어졌다. 정청래 전 대표 측이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선호투표제 원천 무효를 주장하자,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이날 회의를 열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선호투표제는 1~3순위를 기명으로 투표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3등 주자의 2순위 표를 1·2등에 각각 합산해 다득표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7일 전준위가 선호투표제 채택을 의결했는데, 정 전 대표는 8일 오전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전준위 결정을 수용한다고 말했지만 당헌·당규 위반 논란이 있어 살펴봤다”며 “우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서 무엇을 할 수 없듯이 당헌·당규를 위반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이날 당 최고위에서도 친정청래계 문정복·이성윤 최고위원이 “선호투표제를 적용할 시 당헌·당규 위반 소지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과반이 없을 경우 3위가 탈락하고 1·2위 끼리 재선거를 치르는 방식으로만 전대를 치러야 한다는 게 친청계의 논리다.
다만 전준위는 ‘1·2위 재선거의 방식 중 하나로 선호투표제를 적용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출마자가 4명 이상이면 예비 경선을 통해 3명으로 후보를 압축한 뒤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결선투표의 방식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전준위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결선 투표를 한 번 더 치르면 8월 17일 이후 전당대회 행사를 한 번 더 잡아야 한다”며 “선거 과열 방지, 개표 효율 확보 취지이지 특정 후보의 유불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8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목포시 지역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선호투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당내 갈등 자제와 비용 절감을 위해 국회의장 경선 등에 적용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의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도 “제가 민주당 대표일 때 결선 투표제와 함께 (선호투표제를) 도입했다”며 “우리나라도 대선 등의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선호투표제 동시도입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엑스(X)에 썼다.
그런데도 친청계가 선호투표제를 명시적으로 거부한 데에는 경쟁 주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민주당 의원의 지지층이 겹친다는 가정 하에, 둘 중 한 명이 3위로 탈락하면 그 표가 나머지 한 명에게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다. 정 전 대표의 측근은 “1·2위 재선거까지 갈 것 없이 한방에 과반을 확보하면 문제가 쉽다”면서도 “기존 방식대로 결선 투표를 한번 더 진행하면 독자 노선인 정 전 대표에게 표가 돌아설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송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출마선언을 마치고 선호투표제와 관련해 “누구나 송영길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승리의 카드”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도 전남 목포 동부시장 방문 후 브리핑에서 “치사하게 공방 벌일 일 없고, 당 결정 그대로 가면 된다”고 언급했다. 반면 후발주자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 후 선호투표제와 관련해 “불공정하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당권 경쟁이 이미 4파전이 된 상황에서, 선호투표제를 적용하면 4위 이하의 후보는 본선 무대에 오를 기회를 잃게 된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이견이 있는 부분은 법리 해석 등을 포함해 전준위에서 재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위와 당무위에서 의결을 거치면 최종 전대 룰로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