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브라질이 노르웨이에 패하자 브라질의 네이마르 주니오르가 경기 후 무릎을 꿇고 낙담하고 있다. 그는 이날 대표팀 은퇴 선언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의 기업별 장외전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전통적 수혜주인 맥주와 호텔·항공업계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반면, 플랫폼 기반 방송과 공유숙박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각국 대표팀 성적도 영향을 미쳤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질과 멕시코가 16강에서 나란히 탈락한 지난 6일(현지시간), 코로나와 스콜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는 브뤼셀 증시에서 4% 넘게 급락했다. AB인베브의 경우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중남미에서, 약 20%를 미국에서 올린다. 하이네켄(-1.4%), 콘스텔레이션 브랜즈(-4.9%) 등 글로벌 맥주 기업들도 약세를 보였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맥주 소비는 조별리그보다 토너먼트 후반부에 집중되는데, 응원 모임과 외식·배달 수요가 줄면서 중남미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밑돌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라 사이먼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두 나라 가운데 한 팀이라도 더 올라갔을 때 기대했던 추가 매출 상승 요인이 사라졌다”며 “특히 브라질은 멕시코보다 맥주 시장 규모가 크고 우승 기대도 높았던 만큼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개최국 미국이 16강에서 고배를 마시며 기대감은 더 꺾였다.
차준홍 기자
스포츠 브랜드도 후원 대표팀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는 대회 첫 주 미국 매장 방문객이 평소보다 47% 늘었고, 아디다스가 공급하는 멕시코 대표팀 유니폼이 대회 첫 주간 가장 많이 팔렸다. 하지만 후원국인 독일이 32강에서 조기 탈락하자 다음 날 아디다스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3% 넘게 하락했다. 나이키도 브라질의 16강 탈락으로 추가 판매 특수를 놓쳤다.
호텔과 항공업계는 기대했던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입장권 가격이 1000달러(약 150만원)에 육박하는 데다 미국 비자 발급 부담, 16개 도시를 오가는 장거리 이동, 높은 항공료 등의 영향이다. 미국호텔숙박협회(AHLA) 조사에서 개최 도시 11곳 호텔의 80%가 예약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여러 명이 숙박비를 나눌 수 있는 수요가 늘면서 호황을 맞았다. 회사 측은 “월드컵 기간 예약자의 약 6명 중 1명이 첫 이용자”라고 밝혔다. 에어비앤비 주가도 한 달 전보다 10% 이상 올랐다.
김영옥 기자
‘안방 응원’ 열기로 해외 방송은 수혜를 보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보스니아 32강전은 중계 채널 폭스(2442만9000명)와 스페인어 중계권을 보유한 텔레문도(910만명)를 합쳐 총 3350만 명이 시청했다. 미국 축구 중계 사상 최고 기록이다. 가디언은 “북미 개최지이기에 시차가 없는 경기 시간과 스타 선수들의 출전 등으로 미국 TV 시청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체 경기 수가 기존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대폭 늘어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온기는 TV 시장으로도 번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 4월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8% 늘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10%, 서유럽이 48% 가파르게 성장했다. 조사 업체 측은 “삼성전자와 중국 하이센스가 프리미엄 라인인 미니 LED TV를 전면에 내세워 월드컵 특수 경쟁을 벌였다”고 분석했다.
스포츠 베팅업계는 ‘흥행의 역설’로 직격탄을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 베팅업체 드래프트킹스가 조별리그에서만 최대 5000만 달러(약 755억원)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산했다. 리오넬 메시 등 스타 선수들의 득점과 승리 결과를 묶은 복합 베팅(Parlay)이 잇따라 적중하면서 배당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대표팀의 오전 경기 편성과 조별리그 탈락이 겹치면서 월드컵 특수가 조기에 종료됐다. 식품·주류업계는 월드컵 마케팅을 접고 여름 성수기 프로모션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리서치애드에 따르면 6월 국내 맥주·치킨 디지털 광고비는 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9% 감소했다. 개막 직전 상한가를 기록했던 마니커는 대표팀이 남아공전에서 패배한 지난달 25일 8% 넘게 하락하는 등 육계주도 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