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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해외 알린 영국 평론가 토니 레인즈 별세

중앙일보

2026.07.08 02:24 2026.07.0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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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레인즈 영국 프로그래머.

토니레인즈 영국 프로그래머.

1980년대부터 한국 영화를 해외에 알려온 영국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7일 별세했다. 78세.

별세 소식은 8일 오전(한국 시간) 아시아 영화인들을 통해 전해졌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날 고인의 여동생을 인용해 그가 7일 자택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사망한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 고인은 수년 간 췌장암 투병을 해왔지만, 완쾌해 올초 홍콩 영화제를 방문하기도 했다. 버라이어티는 추후 유족이 고인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한국 영화 국제화에 앞장서온 1세대 해외 영화평론가로 꼽힌다. 그는 1948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 영화 동아리 및 독학으로 영화를 공부했다. 1970년대부터 영국영화협회(BFI) 기관지 ‘사이트 앤 사운드’ ‘시네마 스코프’ ‘필름 코멘트’ 등 영화잡지에 평론을 기고하며 아시아 영화 전문가로 활약했다. 1988년부터 2006년까지 캐나다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아시아 영화 경쟁) 부문을 총괄했다. 80년대 전성기를 맞은 홍콩 영화를 비롯해 중국의 장이모우·첸카이거 등 5세대 감독들,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 등 차세대 거장을 발굴해왔다.

한국 영화와의 인연은 1988년 베를린 국제영화제부터다. 당시 정부 사전검열을 피해 포럼 부문에 상영된 한국 단편영화들을 보고 관심을 가졌고, 같은 해 한국을 찾아 영화인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선우·홍상수·이창동 등 충무로의 젊은 피를 서구 평단에 알렸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군사정권 시절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 지식을 쌓으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평론을 해왔다.
봉준호 감독과도 각별했다. 봉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인 단편 ‘지리멸렬’을 1994년 홍콩영화제·밴쿠버영화제에 선보이며 첫 국제영화제 데뷔를 성사시켰고,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을 해외에 알렸다. 해외에 소개된 수많은 한국·일본·홍콩 영화의 영어 자막 번역도 도맡았다.
고인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도 도왔다. 김동호 부산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과의 인연을 토대로, 부산영화제 어드바이저·심사위원 등을 맡아 최근까지 매해 부산을 찾았다. 2014년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부산영화제 위기 때도 표현의 자유 억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동호 위원장의 감독 데뷔작인 단편 '주리'에 영화제 심사위원 역할로 출연한 배우들. 실제 영화감독 및 평론가도 있다. 맨 왼쪽이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다. 사진 엣나인필름

김동호 위원장의 감독 데뷔작인 단편 '주리'에 영화제 심사위원 역할로 출연한 배우들. 실제 영화감독 및 평론가도 있다. 맨 왼쪽이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다. 사진 엣나인필름

고인은 장선우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 ‘장선우 변주곡’(2001)을 직접 연출했고, 왕자웨이(왕가위), 미조구치 겐지 등 동아시아 감독들에 관한 저술도 활발히 했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의 감독작 ‘어웨이 위드 워즈’(1999) 공동 각본을 쓰고, 김동호 위원장이 연출한 단편 ‘주리’(2013) 등에 직접 출연하는 등 동아시아 영화에 애정을 쏟았다. 이런 모습은 2012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토니 레인즈와 한국영화 25년’에도 담겼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공로상을 받았다. 일본에서도 동아시아 영화를 알린 공로로 2004년 가와키타상, 2008년 일본 외무부 훈장을 수상했다. 2023년엔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비평적 관점을 총망라한 영문 저서 『Just Like Starting Over(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를 출간하기도 했다.

김동호 위원장은 “절친한 친구였고, 타계 소식에 굉장히 안타깝고 조의를 표한다”면서 “해외에 한국 영화를 소개하고 한국 영화가 발전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본지에 애도사를 전했다. ‘장선우 변주곡’에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던 박기용(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감독은 “한국 영화가 세계와 단절돼 있던 1980년대 토니 레인즈를 통해 영화인들이 해외 영화계 경향에 눈떴다”면서 “누구보다 한국 영화, 아시아 영화를 사랑했고 진심으로 지지한 사람”이라고 추모했다.
영화 '주리' 촬영 당시 현장 모습이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김동호 감독의 뒤로 출연한 배우 및 감독, 평론가들이 보인다. [중앙포토]

영화 '주리' 촬영 당시 현장 모습이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김동호 감독의 뒤로 출연한 배우 및 감독, 평론가들이 보인다. [중앙포토]




나원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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