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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336) 불기 2563년 부처님

중앙일보

2026.07.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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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불기 2563년 부처님
서석조(1953 ~)

부처님, 저 취직 좀 되게 해주십시오
네 이놈, 너하고 나하고 자리 바꾸자
너처럼 밥 먹고 앉아 빌기만 하고 싶다
-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시조는 재미있다
서석조의 시조는 재미있다. 뭇사람들이 와서 뭘 어떻게 해달라고 빌기만 하니 부처님인들 오죽 답답하시겠는가? 그래서 자리 바꾸자고 호통을 치시는 거라. 나도 너처럼 밥 먹고 앉아서 빌기만 하고 싶다면서….

부처님이 말씀이 없으셔서 그렇지, 노력은 안 하고 빌기만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좋은 자리 내가 하고 싶다고 하지 않으시려나. 그러니 비는 사람 팔자가 상팔자가 아니겠는가?

‘각연사 오디’라는 시조에서는 비로전 앞뜰의 뽕나무 오디를 따먹고는 주지 스님께 죄 하나 슬쩍 짓고 들왔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그 말투가 예사롭지 않다.

“오디는 익었으니 제 갈 데를 간 것이고/ 보살의 배 안에서 열반을 하겠으니/ 그 누가 주인인가요 그냥 보고 있었지요”

즉 잘못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만일 주지 스님께서 야단이라도 치시면 또 한 번 부처님께 바로 빌러 갈 태세다. 참으로 좋은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서석조의 시조에는 심각할 것이 없다. 시조는 이렇게 경쾌하고 재미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보기 드문 시인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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