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인프라 시장이 육지를 넘어 바다로 확대되고 있다. 강과 바다, 연안에 띄워 운영하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loating Data Center·FDC)’가 차세대 데이터센터 모델로 떠오르면서 국내 조선사들도 새로운 먹거리 선점에 나섰다.
HD한국조선해양은 8일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솔루션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FDC 인프라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해상 환경에 최적화된 전력·냉각 인프라를 공동 개발한다.
FDC는 바다 위 부유식 구조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력 공급과 용지 확보, 주민 반발 등이 새로운 제약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FDC는 이 같은 문제를 일부 해소할 대안으로 꼽힌다. 해수를 활용한 냉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고, 토지 확보 부담이 적어 입지 선택의 폭도 넓다.
조선업계도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을 기대하고 있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 건설비는(토지·그래픽처리장치 제외) 100메가와트(㎿)당 8억~12억 달러(약 1조2000억~1조8000억원) 수준이다. FDC는 여기에 해수 냉각 설비나 각종 안전설비 등이 추가되는 만큼 일반 상선보다 높은 선가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무디스는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최대 3조 달러(약 4400조원)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FDC를 지을만한 대형 도크가 있는 조선소는 세계적으로 한국·중국·일본 정도”라며 “해양플랜트를 설계·건조해온 경험도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6 데이터센터월드’에서 미국선급(ABS)과 영국선급(LR)으로부터 50㎿급 FDC 개념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자체 발전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바지선 형태의 모델이다. 지난달 미국 AI 서버업체 수퍼마이크로와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으며, 2028년 2분기 상용화가 목표다. HD현대는 FDC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이며 한화오션은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제 기준과 안전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진동과 기울기·염분·습도 등 해상 환경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설비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한 실증이 필요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사와 데이터센터 기업 간 협력은 해상 위치 제어와 염분·습도 차단 기술 등을 개발하고 실제 해상에서 AI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단계”라며 “상용화까지는 추가적인 실증과 표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