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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의 마켓 나우] 대역전은 인프라에서 시작된다

중앙일보

2026.07.08 08:06 2026.07.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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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1860년 11월 노예제 폐지를 내건 공화당 에이브러햄 링컨의 대선 승리는 노예 노동과 농산물 수출에 의존하던 남부 경제에 사형선고와 같았다.

남부 11주는 링컨의 정책에 반발해, 한 달 만에 연방을 탈퇴했고, 이렇게 시작된 남북전쟁은 결국 북부의 승리로 끝났다. 전쟁 중 북군은 남부의 산업지대를 불태우고 철도를 파괴했다.

이후 경제의 중심은 탄탄한 공업 기반 위에 제조업을 키운 북부로 넘어갔고, 남부 경제는 오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1938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남부의 참담한 경제 상황을 두고 “미국 제1의 경제 문제”라고 규정했다.

남부 경제는 풍부한 자원 등 성장 잠재력을 지녔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빈곤에 시달렸다. 이에 루스벨트는 애팔래치아 산맥 인근에 20여 개의 댐을 건설하는 테네시계곡개발청(TVA)을 설립해 국토 개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TVA는 수력발전과 환경 복원을 통해 산업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원자력 발전소도 건설되면서 남부에는 탄탄한 에너지 기반이 조성되었다.

1950년대에는 전미 고속도로 시스템이 건설되어 남동부에는 85번 고속도로가 남북을 관통했다. 이 도로는 미국의 주요 허브공항인 샬럿과 애틀랜타의 물류를 이었고 무역항인 찰스턴과 서배나로 접근성을 높였다.

에너지와 물류 인프라가 구축되자 고비용에 시달리던 기업이 남부로 옮겨갔다. 전통 산업뿐만 아니라 첨단 항공기와 자동차 업체도 남부로 밀려들었다. 해외 업체는 주정부의 세제 혜택과 유연한 노사관계에 이끌려 남부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21세기 들어 남부는 전기차·배터리부터 항공우주·방위·바이오테크·IT·반도체·AI까지 첨단산업과 연구단지가 두루 뿌리내린 성장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또한,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유입되며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미국 남부의 대역전극은 오늘날 국토 불균형과 성장 정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이 참조할만한 사례다. 특히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이 더뎠던 서남권에 수백조원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풍부한 원전 에너지 등을 적극 이용, 반도체·AI 등 초대형 첨단산업 인프라를 구축해 TVA 사업처럼 국토를 첨단산업 밸류체인으로 재편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문제는 갈 길이 먼 물류·교육·금융 인프라다. 미 남부는 발달한 고속도로망, 상위권 대학, 금융 및 세제와 투자 인센티브를 통해 투자를 유치했다. 서남권 투자가 성공하려면 종합적 인프라의 신속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리적 숙명은 없다. 인프라를 갖추면 낙후된 지역도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바뀔 수 있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관세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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