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35%, 삼성전자는 6.25%, SK하이닉스는 5.67% 각각 내려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였다. 우상조 기자
코스피가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5.35% 하락한 7246.79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7200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틀 연속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종에 대한 고점 우려가 커지고,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불거진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코스닥도 5.56% 내린 785.00으로 거래를 마쳤다. 800선 아래로 미끄러진 건 10개월 만이다.
이언 샘슨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금의 랠리는 소수의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통제하는 약 1조 달러 규모의 자본 지출(Capex)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만약 반도체에 대한 지출이 지속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하방 위험(Downside risk)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코스피가 일본과 대만, 미국 등 세계 증시를 함께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간밤 미국 증시를 한국 증시가 뒤따르는 이전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커진 영향이다.
실제 다른 주요국 증시도 함께 흔들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2.12%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2.11% 내렸다. 미국 나스닥100선물지수도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전날보다 0.3%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시간 외 거래에서 전일 대비 3% 약세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도 인텔(-9.66%), 마이크론(-4.71%) 등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나스닥 종합지수가 1.16% 하락했다. 대만 가권지수도 전날 2.31% 떨어지며 사상 8번째로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이날은 0.56% 소폭 올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일본, 미국 선물시장까지 고스란히 파급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매체 더스트리트도 이날 “코스피가 미국 반도체주의 향방을 가늠하는 ‘야간 바로미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한 달(20거래일) 동안 코스피에 이어 나스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날은 12거래일이었다. 미국 증시 휴장일에는 코스피 2거래일의 등락률을 합산해 비교했다. 코스피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등락 방향이 일치한 날은 15거래일로 더 많았다. 반대로 코스피가 간밤 나스닥 종합지수의 방향을 따라간 날은 8거래일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하락→미국 테크주 약세→코스피 하락’이라는 악순환 우려도 나온다.
일본에서도 코스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표현이 새로 등장했다. ‘코스피니라미’다. 코스피와 일본어 ‘니라미(睨み·주시하다)’를 합친 말이다. 기존에는 ‘FOMC니라미’ ‘엔화니라미’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환율을 대상으로 주로 쓰이던 표현이었지만, 최근 코스피가 새로운 시장 변수로 부상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반도체는 한국 기업이 세계 1위이기 때문에 세계 주식시장도 한국 시장의 영향을 받아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19일 기록했던 전고점(장중 9385.59)과 비교하면 약 23% 내렸다. 블룸버그는 “통상 주요 지수가 이전 최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할 때 기술적으로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