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정부가 국가정상화 과제로 삼은 축구협회 혁신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골자는 회장 선거 직선제다. 이재명 대통령도 SNS를 통해 직선제 도입에 지지를 보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한 K축구혁신위원회는 축구협회 거버넌스를 집중 논의했고, 대한체육회도 정관 개정에 나선다.
직선제는 체육 단체를 장악해 온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고 인적 쇄신을 이뤄낼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도 많다. 대한체육회는 10만 명 규모의 직선제 도입을 검토 중인데, 선거 비용만 약 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축구협회 등록 회원은 생활체육을 합쳐 15만 명이라 투표권을 줄 대상을 추려야 하는데 어떤 기준을 세워도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선관위를 꾸릴 예산, 전국 각지에 기표소를 만들 예산은 있는지도 의문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한두 번은 정부가 지원해줄지 모르지만 나중엔 고스란히 협회의 부담이 될 것”이라며 “투표자 명부 작성, 투개표 업무는 어떻게 할지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가뜩이나 부정선거 음모론이 횡행하는 시절이다. 파벌 많은 축구판에 직선제라는 기폭제까지 얹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가늠하기 어렵다. 전자투표도 대안이 못 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전자투표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설사 허용되더라도 상명하복 문화의 스포츠계 특성상 감독이나 선배가 특정 후보 지지를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6일 열린 K축구혁신위원회 첫 회의. 축구협회 거버넌스 개선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강정현 기자
이전 집행부의 실책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엔 공감한다. 그렇다고 직선제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고, 선전과 선동, 포퓰리즘이 난무할 수 있다. 전 세계 체육 단체들이 간선제를 쓰는 이유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전문성과 대표성, 비용 절감과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직선제에 따른 파벌의 폐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체육계는 특히 학연·지연·소속 팀에 따라 파벌이 쉽게 형성되는 구조다.
정부가 원하는 특정 인물을 축구협회에 앉히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굳이 이런 무리를 할 이유가 없다. 이번 월드컵 8강 진출국 가운데 협회장을 직선제로 뽑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눈에 띄게 강해진 일본도 협회장을 80명 안팎의 평의원회 경선으로 뽑는다.
회장을 직선으로 뽑는다고 축구가 강해지지 않는다. 혁신위가 선거제도에만 매달리다 본질은 놓친 채 졸속으로 끝나는 건 아닐지, 이번 월드컵 홍명보호를 지켜보던 심정으로 지켜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