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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시시각각] 무시당한 대통령의 논리학

중앙일보

2026.07.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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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논설위원

김승현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민주당에서 퉁겨져 나오는 걸까. 일주일 전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만나 당의 단합을 주문했는데도 민주당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두 사람은 친명계와 친청계로 불리는 두 계파의 대표 격으로 청와대에서 비빔밥 오찬을 했다. 하지만 당권 경쟁의 와중에 계파는 화합하기는커녕 물과 기름처럼 갈라지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의 메시지도 ‘당내 단합’과 ‘외연 확장’으로 방점이 미묘하게 달랐다. 뉘앙스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자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민주당의 단합과 외연 확장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체이탈 화법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 외연 확장과 단합 실패
당권 갈등에 민주당 본질도 혼란
개념 없는 결과물 속출 불가피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논리학적 설득력은 있었다. 외연(外延·extension)이라는 용어는 내포(內包·intension)와 함께 논리학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개념을 구성한다. 외연은 어떤 개념이 적용되는 대상의 범위를, 내포는 그 대상이 공통으로 지니는 필연적 성질을 의미한다. ‘사람’이라는 개념의 외연은 ‘인종·국적별 인간군, 남녀노소의 사람 등을 모두 포함하는 집합’이다. 그 내포는 ‘이성이 있고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는 특성’ 등이다. 특히 외연이 확장되면 내포가 줄어들고 외연이 축소되면 내포가 증가하는 반비례 관계가 있다. 사람이라는 개념의 외연을 ‘동물’로 확장하면 그 내포는 ‘먹이활동을 하는 생명체’ 정도로 조건이 감소하는 반면, ‘한국인’으로 외연을 좁히면 그 내포는 ‘김치를 즐겨 먹고 한국어를 사용하며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 등의 구체적인 성질이 증가한다.

이 대통령이 외연을 확장하자고 한 것은 당의 계파적 속성과 그에 따른 갈라치기, 즉 내포의 까다로운 조건을 줄여나가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친문과 친노 등으로 갈라치지 않고 조금 우클릭한 중도와 실용으로 더 많은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구조적 다수’를 구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외연 확장도, 내부 단합도 놓치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돌발적인 외연 확장이 허점을 드러내도 당에서는 계파 대립과 눈치보기로 인해 제대로 된 수습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당권 주자인 김민석 전 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는 ‘적통론’으로 싸우다가 이제는 서로의 ‘자기 정치’를 비판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김 전 총리가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하자 정 전 대표는 “국정에만 전념해야 할 국무총리가 ‘당 대표 로망’ 발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게 대표적 자기 정치”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의 경직된 외연과 갈라진 내포의 불안함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5·18이 성역이 됐다”고 한 이병태 전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 전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탕평 인사로 선택된 외연 확장의 케이스였지만, 스타벅스 사태와 관련해 핵심 지지층이 공감하기 힘든 금기를 건드렸다. 민주당의 외연을 적군으로까지 확대한 것처럼 코어 지지층이 강하게 반발하자 청와대는 사표를 받았다. 다소 거칠었어도 의미 있었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설 자리를 잃었다.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을 응원했던 사람이 원한 것은 증축인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다”고 저격한 이른바 재건축론은 강성 지지층의 오만한 내포가 단합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다. 친명계는 친청계를 향해 “아직도 집주인 행세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 한 달여간 당권 갈등 속에서 이처럼 민주당의 외연과 내포가 뒤틀리는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2년 뒤 총선 공천권이 걸렸으니 계파의 승리와 이익이 모든 것에 우선할 게 뻔하다. 그러는 사이 보완수사권 폐지, 공소취소 특검 등 ‘무엇이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가’를 천착해야 할 막중한 일들이 속전속결로 처리될 것이다. 개념을 상실한 결과물들은 머지않아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다.





김승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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