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학생 수가 100만 명 넘게 줄었지만 세금 일부를 떼어 지방교육에 쓰도록 한 교육교부금은 27조원 넘게 증가했다. 이렇게 늘어난 재정은 교육 현장에 직접 투입되기보다 현금성 지원 사업이나 시설투자, 교직원 업무추진비 증액 등으로 이어졌다.
8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지방교육재정 세출 내역 분석 자료 내용이다. 학생 수는 2016년 662만 명에서 2025년 553만 명으로 16.3% 감소한 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같은 기간 43조1616억원에서 70조7542억원으로 64% 늘어났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내년에는 교육교부금이 1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김주원 기자
교부금 사용처를 둘러싸고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인건비다. 학생 수는 감소했지만 인력 규모는 오히려 늘었고, 인건비 부담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 수가 16.3% 줄어드는 동안 교원·공무직 수는 57만3338명에서 64만7051명으로 12.9%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공무직은 같은 기간 8만2000명에서 14만 명으로 71.4% 늘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도 1조6491억원에서 6조7543억원으로 309.6% 급증했다. 교육공무직은 급식조리사, 돌봄전담사, 교무행정사 등 학교 현장에서 교원과 지방공무원을 제외한 무기계약직·기간제 노동자다.
교육계에서는 “학교가 돌봄·복지 업무까지 맡게 되면서 관련 직종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예산당국 관계자는 “학생보다 교직원이 더 많은 초등학교도 존재한다”며 “공무직이 교수·학습활동을 보조하는 성격이라는 점을 감안해 급격히 증가한 배경과 운용 실태에 대한 면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세출결산 항목 중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은 자본지출이었다. 자본지출은 2016년 6조1092억원에서 2025년 13조7979억원으로 125.9% 증가해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자본지출은 학교 신설, 토지 매입, 시설사업비 등에 투입되는 예산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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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업무추진비 5% 줄어들 때…교직원은 59% 늘었다
학교 시설 개선 등 안전 확보를 위한 필수 소요는 물론 반복적인 리모델링과 교육청사 신축 등 불필요한 시설투자가 상당 부분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학교 현장에 직접 투입되지 않는 교육청 기본경비인 물건비도 크게 늘었다. 2조460억원(2016년)에서 4조747억원(2025년)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업무추진비, 운영비, 여비 등이 물건비에 해당한다. 교직원의 업무추진비는 10년 사이 340억원에서 539억원으로 58.5%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중앙정부 업무추진비는 5.3%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교육교부금은 학생 수가 급증하던 때인 1972년, 초·중등 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중앙정부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떼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구조다. 당시에는 한 해 출생아 수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 이후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교부금은 세입에 연동되는 구조 탓에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재정이 교육 현장보다 현금성 지원 사업이나 자본지출·물건비 등 항목에서 더 크게 증가한 점이다.
김주원 기자
교육교부금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 간 샅바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교부금 개편을 주제로 열린 대국민 공개토론회에선 관할 부처인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교육교부금 개편을 오랫동안 주장해 온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를 ‘자동이체’에 빗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가 1명씩 총 2명이 있는 부모가 교육비 통장에 월급의 5분의 1을 저축하다가 첫째가 대학생에 진학한 뒤 (교육비가 필요한) 자녀가 1명만 남았는데 월급이 올랐다는 이유로 더 큰 금액을 교육비 통장에 자동이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국세의 20.79%에 연동된 현실을 5분의 1로, 월급이 오른 건 올해 반도체 수퍼사이클 등으로 인한 초과 세수 상황에 빗댄 것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는 “병력이 감소했다고 국방비를 줄이느냐”(정근식 서울시 교육감),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가 효율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최교진 교육부 장관)고 맞받았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다고 하지만, 무상 급식이나 방과후 돌봄 등 다른 나라에서 하지 않는 역할을 한국의 학교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부는 내국세 연동제와 교부율 자체는 유지하되 초중고에 국한된 ‘칸막이’를 완화해 교육교부금 일부를 대학과 영유아 교육에 쓰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교육교부금은 지키되 초과분의 용처를 넓히는 방식으로 방어선을 친 셈이다.
하지만 기획처는 연동제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교육 수요에 대응하는 것과 함께 영유아 교육부터 고등·평생교육까지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현 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한정된 재원을 균형 있게 활용할 방안이 없는지 지켜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획처는 교육교부금을 내국세가 아닌 학령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연동하는 방식을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