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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은 암, 종전 MOU 끝난 것 같다”

중앙일보

2026.07.08 08:25 2026.07.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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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이란 성지 곰의 잠카란 모스크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에 수천 명의 조문객이 운집해 애도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날 장례는 나흘째 이어진 추모 일정의 일부로 진행됐다. [AFP=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이란 성지 곰의 잠카란 모스크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에 수천 명의 조문객이 운집해 애도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날 장례는 나흘째 이어진 추모 일정의 일부로 진행됐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 정권을 향해 “암(cancer)”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상선에 대한 이란의 공격과 미군의 이란 공습, 이란의 반격 등이 이어지며 긴장이 다시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나온 강경 발언이다. 지난달 17일 미국과 이란이 MOU에 서명하면서 시작된 ‘60일 휴전체제’는 불과 20일 만에 파국 위기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중 이란에 대해 “그들은 악하고 병든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는 뭔가 문제가 있다. 제정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란 정권을 ‘암’이라 지칭하고 “그 암은 초기에 도려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란은 47년 동안 문제였다”며 “핵무기를 갖도록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전날 밤 미군이 이란 목표물을 “매우 강하게” 타격했다고도 밝혔다. 이날 이어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어젯밤 그들에게 강력한 공격을 가했고, 아마도 오늘 밤에도 다시 강력한 공격을 할 것”이라며 이틀 연속 공습 가능성과 해협 봉쇄 재개를 시사했다. 이어 “이란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집중하기보다 선박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미국의 대응은 20배 더 강했다”고 주장했다. 종전 MOU에 대해서는 “끝난 것 같다”며 “그들과 상대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고,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쓰레기이고 거짓말쟁이(dirty players)”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아마 오늘밤 이란 다시 공격”…이틀연속 공습 예고

다만 “나는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만, 협상팀이 계속 대화하고 싶다면 하게 둘 수 있다”고 협상 지속에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날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점화한 직후에 나왔다. 미국과 이란은 7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로 휴전 합의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공습을 주고받았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7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정밀 유도 무기를 사용해 호르무즈해협 및 인근 지역의 이란 방공 시스템, 지휘통제망 등 80여 곳의 이란 표적을 타격했다”고 공개했다.

공습 배경에 대해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상선 3척을 겨냥한 이란의 최근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최근 마셜제도 국적 유조선 ‘알레카야트’,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유조선 ‘웨디안’, 라이베리아 국적 유조선 ‘사이프러스 프로스퍼리티’ 등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던 상선 3척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이란군의 이 같은 부당한 공격은 휴전 합의를 명백하고 위험하게 위반하는 행위며, 항행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은 중동 지역 미군 시설들을 타격하며 맞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8일 국영방송에서 “미국의 이번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 IRGC 해군과 항공우주군이 미사일 및 드론으로 바레인과 쿠웨이트에 있는 주요 미군 시설 85곳을 타격했다”며 미군의 MQ-9 드론 1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란을 공격하기 약 2시간 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 제재의 전격적인 복원 조치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산 원유의 생산·인도·판매를 허용하며 지난달 21일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미·이란 양측이 종전 MOU를 체결하고 60일의 후속 협상 기간 면제하기로 한 이란산 원유 제재를 보름여 만에 원상태로 되돌린 것이다. 이로써 7일 이후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제품, 석유제품의 신규 구매·선적은 불허되며 이미 진행 중인 거래도 정리 절차만 17일까지 허용된다.

오랜 기간 경제난에 시달려 온 이란은 원유 수출 재개로 판매 대금을 확보함으로써 그나마 숨통을 틔우는 듯했지만, 다시 자금 경로가 막힐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란 외무부는 미 재무부의 원유 제재에 대해 “종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파기로 인한 모든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의 국익과 국가안보 수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이 연이어 충돌하고 휴전까지 위기에 처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모호하게 규정된 항행 조항이 꼽힌다. MOU 5조엔 ‘이란은 상업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으며, 이란은 이를 근거로 해협 관리 권한이 자신들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군은 상선 공격에 앞서 지난 2일 “모든 유조선과 상선은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며 항로를 벗어난 선박에 강력한 대응을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MOU 파기 암시 발언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해상 위험을 평가하는 다국적 기구 공동해양정보센터(JMIC)는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위험 수준을 기존 ‘상당함(Substantial)’에서 ‘심각함(Severe)’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지혜.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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