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한불교 조계종의 연등회 행사의 폐막식 무대에 개그맨 윤성호 씨가 ‘뉴진 스님’ 캐릭터로 초청됐다. 뉴진 스님은 DJ 역할을 맡으며 젊은 세대가 ‘고리타분한 불교’가 아니라 ‘친근하고 재미있는 불교’를 만나도록 했다. [사진 조계종]
종교의 위기 시대에 불교는 어떻게 ‘힙한 불교’가 됐을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불교에는 그다지 위기감이 없었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2005년 연간 출가자 수는 319명이었다. 10년 세월이 흐르자 강산이 바뀌기 시작했다. 2014년 226명으로 확 줄더니 2년 뒤에는 157명으로 급감했고, 2022년에는 61명까지 줄어들었다.
“30년 후에는 이 땅에서 불교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종단에 팽배했다. 2022년 9월 말 총무원장이 된 진우 스님은 “어렵다” “고리타분하다” “나이 든 느낌”이라는 불교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2023년 개그맨 윤성호가 승복을 입고 머리를 삭발한 채 ‘뉴진 스님’이란 클럽 DJ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너무 가볍다” “불교를 희화화한다”는 내부 평가도 있었지만, 진우 스님은 그를 총무원장실로 초청해 환담을 나누었다. 일부러 언론에도 노출했다.
출가를 장려하기 위해 종단에서 제작한 ‘출가 홍보 포스터’도 색달랐다. 젊고 예쁜 비구니 스님과 훈남 비구 스님을 모델로 썼다. 문구는 ‘자유의 길, 평화의 길, 행복의 길’이었다. 스님별로 3종씩 만든 이 포스터는 전국의 대학 캠퍼스와 사찰에 부착됐다. ‘출가’의 이미지를 젊고 멋지게 바꾸는 일환이었다.
조계종은 지난 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개최한 ‘나를 찾아가는 길-치유를 위한 선명상 음악회’의 총연출을 아예 재즈 가수 웅산에게 맡겼다. 선명상과 치유, 재즈와 국악을 버무리며 불교는 대중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재 스님의 ‘흑백요리사2’ 출연 이후 사찰음식 인기가 더 높아졌다. [뉴시스]
불교를 세상에 알리는 행사인 ‘불교 박람회’도 달라졌다. 철저하게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다. 불교 박람회 때마다 사찰음식 시연회는 최고 인기다. ‘흑백 요리사’에 출연한 선재 스님을 통해 더 널리 알려진 사찰음식은 건강하고 트렌디한 식문화의 대명사로 꼽힐 정도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대한민국불교문화엑스포는 국내에서 최초로 ‘반려동물 친화 불교박람회’로 운영됐다. 반려동물 동반 관람객은 입장이 아예 무료다. 실제 개모차를 끌고 박람회를 찾은 이들도 꽤 있었고, 승복을 입은 반려견까지 등장했다. 불교적 이미지를 살려 반려견을 위한 채식 간식 부스도 마련됐다.
젊은이들에게는 불교박람회가 ‘핫하고 힙한 행사’로 통한다. 전체 관람객의 60% 이상이 2030세대다. [사진 조계종]
2030 젊은이들 사이에선 불교박람회에서 판매하는 ‘불교 굿즈’도 핫하다. MZ세대의 감성에 맞는 동자승 캐릭터와 키링, 스마트톡 등이 힙한 물품으로 팔렸다. 이번 엑스포를 찾은 전체 관람객 중 65%가 2030세대였다. 무종교인 관람객도 42%에 달했다.
조계종 미디어홍보실장 덕안 스님은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에는 전국의 사찰을 찾은 인원수가 최소 3배 이상 늘었다. 불교계의 자발적 노력이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결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스님 ‘가비’의 수계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조계종]
불교계는 ‘미래’ ‘첨단’ ‘과학’의 이미지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한 올해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스님 ‘가비’가 처음 등장했다. ‘가비’는 ‘석가모니의 자비’에서 두 글자를 따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직접 지은 법명이다. 가사를 두른 채 걸어 나와서 수계를 받는 로봇 스님은 불교가 AI(인공지능) 시대와 동행하는 ‘첨단의 종교’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로봇 스님 가비는 지난 5월 연등회 행사에도 등장했고, 대한민국불교문화엑스포에서는 테이프 커팅 행사에도 참여했다. 2022년 61명으로 주저앉은 조계종 출가자 수는 2023년 84명, 2024년 81명, 2025년 99명으로 점진적인 증가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젊은 세대를 향한 조계종의 광폭 행보에 자극을 받은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내년에 대규모 전시공간에서 ‘청년세계불교박람회(가칭)’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