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시카고 지역에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 3일과 4일 이틀동안 시카고에 내린 비는 3.5인치가 넘는데 이는 보통 한달 동안 내린 강수량과 같은 수준이다. 이를 포함해 최근 30일간 시카고의 강수량은 모두 8인치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보통 가장 강수량이 많은 6월의 3.5인치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보통 일년에 내릴 비의 약 ⅓ 가량이 최근 한달 동안 집중된 것이다.
이렇게 집중 호우가 내리다 보니 시카고 지역의 홍수 위험도 커졌다. 특히 시카고의 딥 터널(Deep Tunnel) 시스템도 홍수 위험에 놓였다. 딥 터널은 Tunnel and Reservoir Plan(TARP)을 일컫는 말로 시카고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일종의 홍수 방지 시스템이다. 지하 깊숙히 대형 하수도관을 묻어 놓고 이 터널의 끝에 초대형 저수지를 파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이를 통해 일반 하수관에 빗물이 집중되면서 생기는 홍수를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이게 얼마나 방대한 스케일을 갖고 있는지는 건설 기간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딥 터널의 공사 기간만 50년이 넘기 때문이다. 현재도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데 2032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터널은 지하 20~30피트에 만들고 이곳으로 빗물과 하수가 모이게 한 다음 시카고 외곽에 건설된 3곳의 대형 저수지에 일단 보관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폭우가 내릴 때마다 시카고의 저지대를 중심으로 홍수가 빈발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생활 하수와 빗물이 범람한 강을 따라 미시간 호수로도 유입된다면 상수원 오염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단순한 홍수 피해 뿐만 아니라 시카고 시민들의 건강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그래서 시카고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려 4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재원을 투자해 딥 터널을 마련한 것이다. 팁 터널의 길이는 총 109마일에 달하며 총 130억갤런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진행중인 확장 공사가 완료되면 총 용량은 175억 갤런으로 늘어날 수 있다.
7월 폭우로 시카고 딥 터널과 연결된 3개의 저수지가 범람할 위험에 처했다. 시카고 남부 서버브 사우스 홀란드에 위치한 쏜튼 저수지의 경우 최대 담수 용량의 94%까지 찼다. 이전 기록 2019년의 55%와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남서 서버브 베드포드 파크에 있는 맥쿡 저수지의 경우 전체 용량의 96~100%까지 물이 찼다. 만약 조만간 폭우가 이어져 저수지 용량을 넘어서는 물이 추가로 유입될 경우 가장 먼저 홍수 피해를 입을 지역으로는 블루 아일랜드, 칼류멧 시티, 딕스무어, 돌튼, 글렌우드, 하비, 랜싱, 피닉스, 리버사이드, 사우스 홀란드, 쏜튼 등이다. 주로 시카고 남부와 남서부에 몰려 있으며 시카고의 대표적인 저지대다.
홍수 위험이 커지자 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안들도 관심을 얻고 있다. 폭우 자체는 단기간에 쉽게 대처할 수 없지만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각 가정에서 물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특히 홍수가 발생하고 하수 처리량이 폭증할 시기에 샤워 시간을 짧게 하고 양치하는 동안 수도꼭지는 잠깐이라도 잠그는 등의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아울러 빗물이 곧장 하수도로 직행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독주택이라면 지붕에서 관을 타고 내려온 빗물이 인근 도로에 위치한 하수도로 바로 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화단이나 잔디밭으로 빗물 홈통(downspout)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홈통이 바닥과 닿지 않게 절단한 뒤 연장 파이프를 이용해 다른 곳으로 우회하게 하면 된다. 이렇게만 해도 빗물이 하수도로 들어가는 시간을 늘릴 수 있고 양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가정에서는 콘크리트 바닥을 까는 대신 잔디나 정원을 만들어 빗물을 지표면에서 바로 하수도로 빠지는 것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 그만큼 녹지 면적도 늘어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빗물을 모아두는 것이다. 빗물 홈통을 통해 물을 그냥 버릴 것이 아니라 큰 배럴에 모아두었다가 정원 등에 물을 주면 상수도 요금도 절약할 수 있다.
하수도 처리장에서는 변기에 일회용 물티슈를 버리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용상의 편의로 인해 가정에서도 쉽게 사용하고 있는 이 물티슈 중 일부는 변기에 버려도 금방 녹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다른 물체와 섞이고 엉키면서 하수도 처리장에 가장 큰 골치덩이로 인식되고 있다.
시카고 지역 3곳의 저수지는 최근 내린 폭우로 엄청나게 유입된 물을 처리해서 깨끗한 물로 만든 뒤 다시 이를 시카고 지역 강으로 배출하고 있다. 이 물은 시카고 강과 일리노이강, 미시시피강을 따라 걸프만, 대서양으로 흐른다. 우리 집에서 나간 물이 대서양까지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수를 내보내는 것도 잠시 생각할만한 일이다. 더군다나 내가 무심코 내린 변기 물이 다른 시카고 주민들에게는 홍수의 위험으로도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상수원인 미시간 호수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