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페인팅스(7 Paintings)' 참가자가 향이 담긴 병을 열어 음식과 함께 후각까지 즐기는 체험을 하고 있다. [7 페인팅스]
식탁 위에 놓인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캔, 샐러드 드레싱으로 잭슨 폴록처럼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 속 모나리자가 예술가들의 삶을 설명한다.
식사와 미술, 첨단 영상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몰입형 다이닝(Immersive Dining)’이 LA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웨스트할리우드 선셋 하우스 LA(Sunset House L.A.)에서는 오는 8월 말까지 ‘7 페인팅스(7 Paintings)’가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예술 작품을 테마로 한 공연과 프로젝션 맵핑, 관객 참여형 체험을 결합한 디너쇼다.
참가자들은 잭슨 폴록의 추상표현주의를 표현한 샐러드를 직접 드레싱으로 그리듯 완성하고, 앤디 워홀을 상징하는 캠벨수프 캔 속에서 갈비 요리를 꺼내 먹는다.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를 모티브로 한 참치 요리와 살바도르 달리를 주제로 한 디저트도 제공된다.
행사를 기획한 두바이 출신 나딘 베시르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먹어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며 “예술을 어렵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자유롭게 즐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7 페인팅스' 행사장 내부. 테이블과 벽면에 프로젝션 영상이 투사되고 애니메이션 모나리자(Mona Lisa)가 등장하는 등 첨단 영상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다이닝이 진행된다. [7 페인팅스]
행사장 벽면에는 대형 영상이 끊임없이 투사되고, 모나리자가 살아 움직이며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참가자들은 쿠키에 그림을 그리고, 보물상자를 열어 다음 코스 음식을 찾는 등 다양한 체험도 함께 한다.
몰입형 다이닝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독일의 유로파파크(Europa-Park)에 있는 ‘이트레널린(Eatrenalin)’은 움직이는 좌석과 첨단 영상기술을 결합한 레스토랑으로 최근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 스페인 이비사의 ‘서브리모션(Sublimotion)’도 세계적인 몰입형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코스 요리가 접시에 담겨 있다. 참가자들은 명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예술과 미식을 함께 체험한다. [7 페인팅스]
LA에서도 최근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호텔 피게로아(Hotel Figueroa)에서는 접시 위에 애니메이션을 투사하는 ‘르 프티 셰프 앤 프렌즈(Le Petit Chef and Friends)’가 운영 중이며, 영화 속 음식을 실제 메뉴로 재현하는 ‘포크 앤 필름(Fork N’ Film)’도 관객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몰입형 레스토랑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해 다운타운 LA에서 화제를 모았던 몰입형 레스토랑 ‘더 갤러리(The Gallery)’도 높은 운영비와 수익성 문제로 불과 몇 달 만에 문을 닫았다.
몰입형 콘텐츠 디자이너 조애나 가너는 “좋은 음식과 좋은 스토리텔링을 동시에 완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사람들은 결국 식탁에서 함께 온 사람들과 대화하는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7 페인팅스’ 입장료는 175달러로 LA의 유명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획자들은 이 행사를 전 세계 100개 도시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며 “파인 다이닝이 아니라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펀 다이닝(fun dining)’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