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퇴장과 출장정지 처분이 번복된 과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논란을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심판의 탓’으로 돌렸다.
2018년 8월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회담 중 레드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앤드루 줄리아니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 사무국장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국무부 주관으로 진행된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관련 논란에 대해 “심판이 분명히 비정상적인 레드카드를 발부한 일로 조사받았다는 점을 우리는 매우 강한 의심을 갖고 봤다”며 판정 번복 요청이 심판의 잘못된 판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발로건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아 퇴장됐다. 당시 퇴장 명령을 내린 심판은 브라질 출신의 하파엘 클라우스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브라질 출신의 하파엘 클라우스 심판이 미국의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에게 레드카드를 제시하며 퇴장 명령을 내리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줄리아니 국장은 클라우스에 대해 “승부조작(match fixing)으로 조사받은 심판”이라며 발로건 퇴장 결정과 관련해 “절차가 잘못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대해 브라질 기자들은 “클라우스 심판은 승부조작으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것이 아니라 참고인 진술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줄리아니 국장은 “그가 수사대상이었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수사대상과) 유사했기 때문에 그는 수사와 관련이 있었다”며 이번 결정이 승부조작과 관련이 있는 심판의 의도적인 판정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미국의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이 상대팀 선수의 발을 밟는 반칙을 범하고 있다. 발로건은 해당 반칙으로 퇴장돼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심판을 판정을 번복하도록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수용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줄리아니 국장은 이어 “당시 수사에선 ‘비정상적 레드카드’가 문제로 제기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클라우스 심판의 이런 이력에 발로건의 퇴장 결정 과정에서 비디오 판독(VAR)이 잘못 운용됐다는 점까지 더하면 매우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며 “VAR에선 슬로모션을 사용할 수 없는데, 그는 그것을 사용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브라질 축구협회는 “클라우스 심판의 경력에는 그를 불신하거나 어떠한 의구심을 품을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며 “클라우스 심판의 청렴성을 의심하는 그 어떤 암시나 모욕도 거부한다. 그는 모범적인 전문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을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나란히 앉아 관람하고 있다. 축구와 무관한 무역과 산업을 담당하는 러트닉 장관은 미국의 공격수가 퇴장을 당한 뒤 심판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대책반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2강 전에서 발로건이 퇴장 당해 16강 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발로건 퇴장 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FIFA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받은 뒤 발로건의 출장금지를 1년간 유예한다며 심판의 결정을 사실상 번복하면서 “FIFA가 정치에 오염됐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FIFA 회장에게 사실상의 압력을 행사하기 전에는 행정부 차원에서 발로건 선수에 대한 심판의 판정을 번복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확대됐다.
미국팀은 대통령까지 나서 심판의 판정을 번복시키며 발로니 선수를 투입시켰지만, 16강전에서 벨기에에 1-4로 져 탈락했다. AP=연합뉴스
한편 발로건 선수는 논란 속에 벨기에와의 16강 전에 출전했다. 그러나 미국팀은 전세계 축구계를 비롯한 각계의 비판을 받으며 발로건 선수를 투입시키고도 경기에서 1-4로 져 탈락했다.
줄리아니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FIFA 회장에 발로건 퇴장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의견을 전달했는지, 정확한 의사결정 과정이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는 30년 동안 친구였고, 그는 내 멘토였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는 비공개로 유지하겠다”며 구체적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해 12월 5일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년 FIFA 월드컵 조추첨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으로부터 제1회 FIFA 평화상을 수여받고 있다. FIFA는 갑자기 평화상을 신설한 이유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상을 수상하게 된 배경과 관련한 해명 요구에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AP=연합뉴스
줄리아니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아들로, 임명 시점부터 일종의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