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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엄마를 위한 밥 한 끼에

Los Angeles

2026.07.0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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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변호사

김지영 변호사

엄마를 위해 밥을 지었다. 내 인생 75년 동안 처음 있는 일. 엄마는 그 긴 세월 동안 나에게 항상 첫 번째 사람이었다. 나의 옹알이를 처음 들어주셨고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 내가 처음으로 말을 하고 응석을 부린 사람. 나에게 첫 웃음을 보여주셨고 처음으로 야단도 친 사람. 나의 웃음을 처음으로 보셨고 첫 눈물을 닦아준 사람. 엄마는 이생에서 나의 첫 동행인이었고, 나는 엄마의 마지막 배웅자다.
 
엄마는 1년 전 돌아가셨다. 2025년 7월 6일 오전 3시 6분, 내 손을 꼭 잡고 마지막 숨을 쉬셨다. 고향 공주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우선 메를 짓고 탕을 끓였다. 한국에서 온 윤기 나는 찹쌀에 페르시아산 재스민 쌀을 섞고, 미국산 진주 보리쌀을 조금 넣어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용  밥솥으로 밥을 지었다. 국은 비비고 표 사골 국물에 한국산 북어를 잘게 찢어 넣고, 멕시코산 할라페뇨 고추를 숭숭 썰어 넣은 뒤, 캘리포니아산 통마늘을 까서 그대로 넣고 전기 냄비로 요리했다.
 
사무실 회의용 긴 테이블 위에 옛날 집에서 쓰던 앉은뱅이 밥상을 올려놓고 제상을 차렸다. 수박, 체리, 배, 사과, 복숭아를 올렸다. 복숭아는 전통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과일이지만, 엄마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과일이라 한 알 담아드렸다. 미국까지 오시는 길인데 그까짓 복숭아 기운에 주눅이 드실 분이 아니다. 술은 포르투갈산 포르토 와인. 전통 제사에는 맑은 술이 제격이지만, 엄마가 먼 길을 오시는데 이 동네에서 잘나가는 술을 대접하는 게 더 나을 듯해서 포도주를 택했다. 포르토 와인은 달달한 맛이지만 도수가 높다.
 
제사에 “유세차…” 어쩌구 하는 축문을 없앤 지는 오래다. 이번에는 지방까지 생략했다. “현비유인…” 이런 생경한 말투도 더 이상 필요 없을 터였다. 대신 삼성 갤럭시 태블릿에 엄마 사진을 띄워 올려놓았다. 메와 탕, 그리고 북어포와 과일을 진설하고 촛불을 켰다. 엄마 사진을 향해 두 번 절을 했다. 엄마가 나의 어설픈 제사상을 받으시며 뭐라고 말씀하실까? 엄마는 한때 제사 차림의 베테랑이셨다. 우리 집안은 한때 오대봉사, 고조할아버지 윗대인 현조까지 모셨기에 일 년에 기제사만 열한 번이 들었다. 가난한 종손 집안의 맏며느리 노릇이 참 어려우셨을 터이다.
 
격식과 법도에 맞지 않아도, 아들이 해주는 밥 한 끼를 엄마는 분명히 즐거워하셨을 것이다. 엄마와 ‘함께’ 국과 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포르토 와인을 엄마 몫까지 두 잔 연거푸 마셨다.
 
미치앨봄이라는 미국 작가가 쓴 소설 ‘하루만 더(For One More Day)’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누군가를 네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 그 사람은 정말로 가버린 건 아니야. 그 사람은 너에게 돌아올 수 있지. 네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때에도. (When someone is in your heart, they're never truly gone. They can come back to you, even at unlikely times.)” 8 년 전에 죽은 엄마가 절망에 빠진 아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갑자기 현신하여 아들에게 한 말이다.  
 
오늘은 울지 말자. 엄마와 온전한 하루를 지내자. 엄마는 내 곁에 계신다.

김지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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