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칼럼에서 부모님께서 남기신 집을 정리하는 과정이 복잡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독자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고, “트러스트(Trust)가 있으면 프로베이트(Probate)를 하지 않아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해주셨다. 결론은 대부분의 경우 준비된 트러스트가 있다면 프로베이트를 피할 수 있다. 트러스트를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부모님도 트러스트는 만들어 놓으셨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만난다. 서류를 확인해 보면 집의 명의가 개인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트러스트는 재산을 관리하고 상속하기 위한 설계도와 같다. 설계도만 만들어 놓고 실제 재산을 트러스트 앞으로 옮겨 놓지 않았다면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트러스트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재산의 명의를 정확하게 이전하는 과정(트러스트로 재산을 이전하는 절차)이 중요하다.
얼마 전 상담했던 한 가족의 사례가 있다. 부모님께서 오래전 트러스트를 작성해 두셨고 가족들도 준비가 끝난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 명의로 새롭게 구입한 집 한 채가 트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집은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했고, 가족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트러스트의 또 다른 장점은 가족들의 부담을 줄여 준다. 프로베이트는 법원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 트러스트가 잘 준비되어 있다면 상속 절차가 원활하다. 가족들이 법원 절차에 매달리기보다 부모님을 추억하고 서로를 돌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큰 의미다.
모든 재산이 반드시 트러스트를 통해 관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상황과 재산의 규모, 소유 형태에 따라 방법은 달라진다. 변호사나 재산 계획 전문가와 상담한 후 자신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 가지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트러스트를 만들면 세금이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트러스트와 세금은 다른 문제다. 트러스트는 재산을 관리하고 이전하기 위한 제도이고, 상속세나 양도소득세 등은 별도의 세법에 따라 판단된다.
국내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재산 계획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자산가들만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평범한 가정에서도 트러스트를 통해 가족을 보호하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은 가정에서 가장 큰 자산이다. 집을 소유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할 것인지는 단순한 법률 문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한 준비다. 부모님께서 건강하실 때 가족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훗날 겪게 될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트러스트가 있는지, 부동산의 명의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새롭게 구입한 부동산이 트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상속은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일이다.
미리 준비한 가족은 차분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준비하지 못한 가족은 슬픔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상속 계획은 복잡한 서류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