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외교 수장은 북핵 대응을 위해 공조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비핵화의 대상을 규정하는 표현을 두고 한국과 미·일 간 미묘한 입장 차이도 감지됐다.
지난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만난 한·미·일 외교장관. 사진 외교부
한국 외교부는 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일본 외무성이 발표한 자료에는 “3국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고 했다.
8일(현지시간) 국무부 보도자료 역시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 “3국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다시 강조했다”면서다. 또 “북한의 사이버 및 정보통신 노동자의 불법적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3국 간 협력을 강화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보유를 헌법과 연결시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가운데 한·미·일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은 없다는 점을 다시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한국만 비핵화와 관련해 다른 표현을 쓴 셈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3국 외교장관은 유엔 총회 참석 계기에 만나 다양한 현안을 협의한 뒤 공동성명을 내놨다. 공동성명에는 3국 장관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한국 외교부만 별도로 낸 보도자료에서 “3국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기로 했다”며 공동성명에서 쓴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도출한 9·19 공동성명에도 등장하는 표현이다. 북핵과 관련해 그간 국제사회에서 통용돼 온 표현이라는 뜻이다. 당시 외교부도 “보도자료에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 1992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등을 통해 비핵화 원칙이 북·미 간 및 남북 간 이미 여러 차례 합의된 바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며 두 표현은 같은 뜻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럼에도 여러 국가가 다양한 기회에 굳이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는 건 북한의 핵 포기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반발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정부가 연이어 표현을 바꿔 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으로 개최된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북핵을 용인하는 듯 하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북핵의 직접적 위협을 받는 한국이 보다 명료한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간 정상회담 뒤 발표된 백악관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는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