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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아내’ 기괴한 죽음…의사 남편, 빈소서 노트북 켜고 한 짓

중앙일보

2026.07.08 19:44 2026.07.0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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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사건을 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취재수첩을 펼치고, 수십 년 묵은 기록을 뒤지며 진실의 파편을 모아온 사람들. 〈그것이 알고 싶다〉〈꼬꼬무〉〈용감한 형사들〉을 만든 최삼호 PD(28년 차)와 장윤정 작가(27년 차)가 함께 이 시리즈를 씁니다. 수십 년의 현장 취재에서 끝내 잊지 못한 사건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던 그 장면들을 이제 글로 꺼냅니다. 그들이 꼽은 최악의 사건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당신은 지금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1 2010년 1월 14일 오후 5시5분: 현장-욕조 안의 만삭 부인
2010년 1월 14일, 오후 5시5분 경찰서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아내가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사망한 것 같아요. 저도 의사인데, 아무래도 사망한 지 수 시간은 흐른 것 같습니다.” "

출동한 경찰이 마주한 것은 오피스텔 욕조에 누워 있는 만삭 임산부의 기괴한 시신이었다. 잠옷 차림의 여인은 보통사람들처럼 욕조에 세로로 누워 있지 않았다. 욕조를 가로질러 배를 위로한 채 누워 있었다. 머리는 욕조 안쪽 오른쪽 면에 닿은 채 왼쪽으로 심하게 꺾여 있었다. 허벅지는 욕조 턱에 걸쳐 있었고, 무릎은 기묘하게 접혀 두 다리가 욕조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미 시반이 형성된 상태였다.

대학병원 레지던트인 남편 백모(31)씨는 유족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가 전하는 아침의 기억은 평온했다. 아침으로 호두과자를 먹고 모닝 키스를 나누었으며, 아내가 챙겨준 옷을 입고 현관을 나섰다고 했다. 안방 문 앞에서 “잘 다녀와”라며 인사를 건네던 아내의 목소리. 모든 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는 것이다.

그때, 경찰의 시선이 백씨의 얼굴에 머물렀다. 이마와 관자놀이 부근에 옅은 상처가 나 있었다.

“이마에 상처가 있네요. 어떻게 된 겁니까?”
형사의 물음에 백씨는 망설임 없이 싱크대 앞으로 향했다. 위로 열리는 찬장 문을 활짝 열어 보이더니, 몸을 돌리며 동작을 재연했다.
“이렇게 하다 찬장 문 모서리에 부딪쳤습니다.”

백씨 이마에는 왼쪽 아래 대각선 방향으로 ‘ㄴ’자 형태의 상처가 있었다. 왼쪽 팔뚝에 깊게 팬 상처를 포함해 양 팔뚝에만 9개가 넘는 상처가 있었고, 얼굴도 여기저기 긁혀 있었다. 경찰은 백씨의 동의 아래, 상처 부위를 모두 사진으로 남겼다. 백씨는 “피부병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의 의심은 점점 더 그를 향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국과수에서 감식 결과가 도착했다. 사망한 아내의 손톱 밑에서 백씨의 유전자가 확인된 것이다.

“두 분이 몸싸움이 있었던 것 아닙니까?”
백씨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당연하죠. 아내가 등도 긁어주고 뾰루지도 짜주니까요, 아내의 손톱에서 제 DNA가 나오는 건 당연한 거 같은데요.”

피해자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하지만 수사는 난관에 부닥쳤다. 목을 졸랐을 때 응당 나타나야 할 액흔(손자국)이나 골절이 시신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남편 백씨가 아내의 목을 눌러 살해했다고 확신했지만, 법원은 “범죄를 입증할 직접적인 흔적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남편 백씨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의사였던 그는 자신의 지식을 동원해 매우 설득력 있는 가설을 내놓았다.

“그날 아침, 아내가 어지럼증을 느꼈던 게 아닐까요? 욕조에 걸터앉았다가 갑자기 ‘블랙아웃’이 오면서 뒤로 넘어졌고, 그 과정에서 목이 기묘한 각도로 접히며 질식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건 직후 출동한 과학수사팀은 현장을 꼼꼼히 기록했다. 그리고 그 사진 속에서 결정적인 균열을 발견했다. 현장 사진을 크게 확대해 아내의 눈가를 보던 수사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피가 왜 이쪽으로 흐르지?”
그 핏자국은 남편이 살인범이라는 것을 입증한 결정적 단서가 됐다.

(계속)
하지만 살인보다 더 소름끼친 건 의사 남편의 행적이었다.


만삭 아내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날 밤부터 빈소를 지키던 순간까지, 의사 남편의 노트북엔 이해하기 힘든 기록이 남아 있었다. 아내와 배 속 아이의 차가운 시신이 안치된 바로 그곳에서, 그는 노트북을 켜두고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3350

또다른 사건 현장 이야기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

#1 코드블루, 2010년 6월 17일 새벽
동녘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물들던 새벽.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 입구에 자동차 한 대가 급정거했다. 시동도 끄지 않은 채 문이 열렸다. 한 여자가 다급하게 뛰어나와 조수석의 다른 여자를 거칠게 끌어냈다. 그러고는 늘어진 신체를 질질 끌다시피 하며 응급실 안으로 들어섰다.

“제 동생 좀 살려주세요! 빨리요!”

의료진이 황급히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호흡을 돌리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잠시 후 병원에 도착한 노모의 울음소리가 응급실을 메웠다. 사망자의 이름은 손서영(가명), 나이 40세.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검안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고, 다음 날 유골은 해운대 청사포 앞바다에 뿌려졌다. 한 사람이 세상에서 지워지는 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떠내려간 누군가의 죽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석 달 뒤였다. 보험사 창구 앞에 그 여자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손서영씨, 잠깐 얘기 좀 나누시죠”
“손서영이라뇨. 제가요?”
“지금 이 시간부로 당신을 긴급 체포합니다.”

손서영. 한 줌의 재가 돼 파도에 흩어진 여인의 이름이다. 죽은 여인을 경찰이 체포한다니, 이 기괴한 연극의 전말은 무엇일까.

#2 7년의 사랑과 24억
남자는 얼마 전 오랜 연애를 끝냈다.

스무 살, 남자는 재수생 때 처음 그녀와 만났다.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여자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남자는 그를 짝사랑했고 보란 듯이 명문대에 합격한 뒤 마음을 고백했다. 열세 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연애가 그렇게 시작됐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된 후 먼저 찾아오는 쪽은 대부분 그녀였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차를 몰고 올라와 밥을 사고, 선물을 쥐어주고, 용돈을 챙겼다. 남자가 군대를 다녀와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두 사람은 7년간 연인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그의 나이도 어느덧 스물일곱,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여자 친구는 이미 마흔. 여자친구에게 숨겨둔 딸이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 더 이상 함께 그리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차갑게 이별을 고했다.

“이제 나도 취직해야지. 솔직히 결혼 생각도 안 할 수 없고.”

“나 너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잖아. 아버지 돌아가실 때 상속받은 땅 좀 있는 거 알지? 그거 한 20억원은 받는다더라. 그 땅 팔아서 같이 외국으로 나가 살자. 응?”

여자는 다섯 달을 매달렸다. 그 사이 남자는 같은 과 후배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매일 문자폭탄이 이어지던 어느 날, 사진이 하나 전송됐다. 천천히 아래로 내리자 검은 화면 속 몸을 웅크린 태아의 윤곽이 드러났다. 초음파 사진이었다. 곧이어 그의 새 여자친구에게도 같은 사진이 전송됐다.

“우리 아기가 세상에 나오지 않길 바라는 거야? 그럼 내가 아기와 함께 없어져 줄게.”
급기야 여자는 남자 앞에서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간신히 약병을 빼앗아 최악의 사태는 막았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녀에게서 연락이 뚝 끊긴 것이다. 매일 쏟아지던 문자폭탄도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그렇게 두 달을 보낸 어느 날,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찾아왔다.

“경찰입니다. 손서영씨 잘 아시죠?”

경찰은 손서영을 살인 및 사기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녀가 ‘손서영’ 앞으로 가입된 사망보험금을 타려다 현장에서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남자는 그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사망보험금이라면 서영이가 죽었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체포된 손서영은 누구죠? 누가 손서영의 행세를 하다 잡힌 건가요?

(계속)

영화 ‘화차’보다 잔혹한 현실,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5586



최삼호.장윤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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