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부유층에 거액의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억만장자세(billionaire tax)’ 주민발의안이 진보 진영 내부 분열의 뇌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오는 11월 주민투표에 부쳐지는 ‘프로포지션 40(Proposition 40)’이다.
전미서비스노조 서부의료지부(SEIU-UHW)가 주도해 일명 ‘부유세(wealth tax)’로도 불리는 이 발의안은 가주 내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 부유층에게 자산의 5%를 일회성 세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납세 대상자는 약 200명으로 추산되며, 예상 세입은 1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발의안의 명분은 의료 재원 확보다. 연방 행정부의 메디케이드 삭감으로 발생한 재정 공백을 부유층 증세로 메워 가주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막겠다는 취지다. 가주 법무부가 밝힌 지출 계획에 따르면, 부유세 통과 시 전체 세수의 90%는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 배치되며 나머지 10%는 식량 지원과 교육에 투입된다.
그러나 이 같은 재원 배분 구조가 오히려 다른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세입 대부분이 의료 분야에만 편중되면서 교육, 건설 등 타 분야 노동계에는 실질적인 혜택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회원 수 31만 명을 보유한 가주 최대 교사 노조 ‘가주교사협회(CTA)’는 성명을 통해 프로포지션 40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협회 측은 부유층 대상 증세라는 대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이번 발의안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받아야 할 지속 가능한 지원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 노동계 역시 반대에 나섰다. 크리스 해넌 가주건설노조협의회 회장은 부유세가 가주 건설 경기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넌 회장은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거액의 세금 부담을 피해 가주를 이탈하면, 이들의 자본으로 진행되던 스포츠 경기장이나 대규모 빌딩 건축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지어 의료계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LA타임스는 가주의사협회와 가주프라이머리케어협회 등이 공동 성명을 내고 “프로포지션 40이 주 정부의 재정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교육, 의료, 공공안전, 인프라 재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8일 보도했다.
진보 진영 정치권 내에서도 찬반 격돌이 치열하다.
특히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는 프로포지션 40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부유세가 고소득층의 가주 탈출을 촉발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세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가주 재정은 이미 고소득층이 주식 수익 등으로 납부하는 소득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이들의 이탈이 곧 가주 경제의 재정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 의원과 로 칸나 연방 하원 의원 등 강경 진보 인사들은 부유층 증세를 부의 재분배 문제로 규정하며 찬성 여론 확산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최근 LA 집회에서 “부유층들은 자신들이 사회를 통치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다”며 "오히려 부유세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