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9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과 중국이 오는 11일 ‘조중(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을 맞는다. 최근 북한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과 우호조약 65주년을 동시에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하면서 양국 간 밀착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우호조약 65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만큼 행사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고위급 교류를 지침으로 삼아 중조 우호 협력 체결 65주년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열고 외교, 법 집행, 군대 등의 교류를 강화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특히 올해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방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노재헌 주중국대사도 지난 6일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는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으로 체결 기념일인 7월 11일 전후로 고위급 교류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중 양측이 물밑에서 행사 참석자의 격을 맞추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다만 양측이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는 동향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중 간에 (우호조약 65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기념하기로 합의한 건 맞는데 아직 공개적인 동향이 파악된 건 없다”고 말했다.
북한 국가우표발행국이 지난 6월 8~9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50원짜리 우표를 발행했다고 조선우표사가 7일 전했다. 조선우표사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시진핑의 방북 직후인 만큼 고위급 교류에 힘을 주기보다는 양국이 예술단 상호 방문과 같은 기념행사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주중 북한대사관 행사에 시진핑의 최측근이기도 한 차이치(蔡奇)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참석하는 정도의 행사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양국의 밀착이 실질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북·중 간 최대 교역 거점인 단둥 일대에선 중국에서 각종 물품을 싣고 북한 신의주로 향하는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북·중 교역액은 12억 5510만 달러(약 1조 8885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억 3193만 달러보다 21.6% 증가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본격화한 무렵인 2018년 이후 같은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2014년 사실상 완공됐지만 올해로 12년째 개통이 지연되고 있는 신압록강대교 개통 준비 정황도 포착된다. 신압록강대교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잇는 다리다. 민간 위성분석업체인 ‘SI 애널리틱스’(SIA)는 최근 해당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 측이 세관 및 출입국 관리시설 건설 작업에 더 많은 장비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압록강대교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2009년 10월 북·중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방북했을 당시 체결한 ‘경제기술 합작 협정’에 따라 만들어졌다. 1943년 건설된 기존 압록강 대교가 협소하고 낡아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잇는 신압록강대교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돈 22억 위안(약 4871억원)을 투입해 2011년 12월 31일 공사를 시작한 뒤 2014년에 교량을 연결했지만, 북한이 신의주 방향으로 연결되는 접속도로와 세관 시설의 건설을 별다른 설명 없이 미루면서 개통이 지연됐다. 왕복 4차선 규모인 신압록강대교가 연결된다면 북·중 양국 간 교역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 간 경제협력이 증가한 건 북한을 세력권 안에 두고 싶은 중국과 국가발전을 위한 경제적 성과가 필요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짚었다.
한편 북한은 최근 한·일 간 국방 교류 협력 강화 기류와 관련해 강철수 대적연구원 실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핵보유국의 눈앞에서 벌리는 적수국들의 무분별한 군사적 결탁 놀음은 스스로 멸망을 불러오는 어리석은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대적연구원은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조국통일연구원’이 이름을 바꾼 기관으로 추정된다. 2024년 11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하는 ‘대적연구원 백서’를 발간하면서 처음 존재를 알렸으며, 실장 명의 논평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논평에 대해 “기존 한·미·일 협력에 관한 북한의 비난과 유사한 맥락”이라며 “외무성 담화보다 격을 낮춰 짚고 넘어간 수준”이라고 말했다.